바깥은 여름
"이거, 너랑 잘 맞을걸?"
이쁜 표지, 김애란이라는 작가의 이름.
'바깥은 여름'은 추천받지 않았다면 서점에서 손도 대지 않았을 책이다 (외견상).
그 추천이라는 것도, 어느 인터넷 페이지, 유명인사, 주위에 책 좀 읽네 하는 그런 의미없는 존재들이 아닌, 여전히 나를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잘 알고는 있는 아주 가까운 사람이 한 것이었기에 서점에 서서 첫 장 정도 읽기 시작할 수 있었다.
나에게 김애란을 알려준 그에게 깊은 감사를.
단편소설집의 첫 꼭지, 복분자병이 터진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강남역 교보문고 서가 한복판에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 사람을 또 이렇게 후려치는 작가가 있었다니. 읽던 책을 손에 꼬옥 쥐고 바로 계산대로 가서 샀다.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은 읽는 내내 진이 빠졌다. 너무 버거웠다. 계속 나를 후려치고 몰아부쳤다. 이 작가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지. '권위'를 같잖아 하기에 온갖 권위있는 상을 받았다는 작가의 이력에 시큰둥 했건만, 그녀의 글을 읽은 후, 되려 '와 이런 작가를 알아보고 상을 주다니, 그 상 좀 괜찮겠네' 뭐 이딴 생각도 좀 하고.
늙은 개 에반을 데려와서 키우는 노찬성의 이야기는 지금도 날 무지 괴롭힌다. (이 책을 읽은 게 1년도 더 지났다. 노찬성은 나에게 '나의아저씨'의 박동훈이나 이지안 같은 존재다.) 복분자 터진 얘기는 내 울음보도 터트렸는데, 끊임없이 애쓰는 노찬성은 내가 울지도 못하게 했다. 기어이 읽다가 중간에 한 번 끊었는데, 울음이 목구멍에 꽉 들이차서 입으로 나오지 못하고, 모로 누워 웅크린 채로 욱욱 하는 소리를 내면서 눈물 한 방울 없이 통곡했다.
후유증이 몹시도 길게 유지되는 숨 쉬기가 버거운 슬픔.
내게 있어 김애란의 글은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