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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SSAM Mar 19. 2023

ChatGPT와 혁신의 확산

그리고, 건강한 교육 생태계


ChatGPT 열풍이 불고 있다. 그 열풍은 교육계에서도 만만치 않다. 새로운 기술의 교육적 적용 혹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점쳐보는 일이야 늘 있었던 현상이지만 그동안의 기술들에 비해 ChatGPT는 관심의 정도가 매우 뜨겁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거라는 주장의 실체가 자신의 모니터 화면에서 관찰되고 있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ChatGPT는 한때의 유행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더욱 성숙되어 사회와 교육의 변화를 만들 것인가?



가트너사의 하이프사이클과 생성형 AI

매년 신기술의 관심도와 성숙도를 표현하고 있는 가트너의 발표에 따르면,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2020년의 혁신기술의 촉발기(Technonolgy Trigger)를 지나 2021년 기대거품의 정점(Peak of Inflated Expectations)에 있었다. 생성형 AI는 관심 초기단계를 지나 선도업체에 의해 성공스토리가 나오기 시작하는 단계가 진행되고 있다. ChatGPT가 성공스토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만약 '그렇다'라고 답을 내린다면 가트너가 발표한 대로 2~5년 내에 기술이 시장에서 안정화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대체로 동의하게 될 것이다.


출처: 가트너사의 하이프사이클 2021



CHATGPT와 혁신의 확산

이 글에서는 모든 이슈의 중심에 있는 ChatGPT가 '혁신'의 산물로서 교육현장에 '확산'될 것인가? 는 질문에 대해 '혁신의 확산'이론에 근거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혁신의 확산이론은 Rogers(2003)의 혁신확산모형(DIM), Davis(1989)의 기술수용모형(TAM), Sheth(1981)의 혁신저항모형(IRM) 등이 있는데, 여기서는 Rogers(2003)의 혁신확산모형(DIM)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Rogers(2003)는 혁신의 확산은 '하나의 혁신이 시간을 두고 사회체계 구성원들 사이에서 특정 채널을 통해 전달되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유용하지 않다고 인식한다면 '확산'되기란 어려울 것이다. 혁신의 속성이란 혁신자체의 객관적 특성이라기보다는 혁신을 수용하는 사람이 그 혁신에 대해 느끼는 주관적 평가가 반영된다. 경영학에서는 혁신은 기존의 질서나 구조가 확대되거나 연장되는 양적 변화 이상의 질적 변화를 의미하며, 확산은 다양한 방향으로 퍼지는 '자발성'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결코 의도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이향숙 외, 2022).


Rogers(2003)의 혁신확산모형(DIM)에서는 혁신 과정을 5단계(지식-설득-결정-실행-확정)로 구분하고 있다. 

1) 지식 단계: '무엇을 혁신하는가?', '어떻게 혁신하는가?', '왜 혁신을 해야 하는가?'에 관한 지식을 형성하는 단계

2) 설득 단계: 혁신에 관한 태도 형성 단계, 상대적 이점, 호환성(적합성), 복잡성, 시험가능성, 관찰가능성에 영향을 받음

3) 결정 단계: 혁신을 받아들일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단계

4) 실행 단계: 혁신을 활용하는 단계

5) 확정 단계: 혁신을 수용하여 실천하고, 자신의 수용을 지지하는 증거를 찾는 단계
혁신결정과정(Rogers, 2003)



CHATGPT와 혁신의 특성/속성

사용자들의 혁신 수용 및 태도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5가지 속성을 기초로 ChatGPT의 현재를 따져보자. 참고로 혁신의 확산이론에서는 혁신이 기존의 실제에 비해 상대적 이점이 많고, 기존의 실제와 적합성(호환성)이 높고, 본격적으로 실행해 보기 전에 시험해 볼 수 있다고 지각할수록, 그 결과를 객관적으로 관찰가능하고 복잡하지 않다고 지각할수록 혁신을 빠르게 수용한다고 하였다.


ChatGPT, 상대적 이점(우위)이 나타나는가? ChatGPT로 연설문을 썼다는 사례, 레포트를 제출했다는 사례, 영어공부를 했다는 사례, 기타 자료조사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례 등등이 인터넷을 통해, 각종 연수/워크숍/세미나 등을 통해 발표되고 있다. 무엇보다 다수의 검색결과를 살펴보지 않아도 ChatGPT가 정보를 조사, 분석, 종합해서 하나의 완성된 글로 보여주기 때문에 이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2.5%의 혁신가 그룹이 아닌 40~50%의 초기수용자, 다수 수용자에게 상대적 이점이 관찰되기까지는 다소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만약, 자료의 정확성, 윤리성, 신뢰성 등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거나, 그러한 이슈들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에 특화된 사용법 혹은 기술이 출시될 경우에는 상대적 이점을 더욱 확보하리라 생각한다.


적합성(호환성)은 어떠한가? 교육영역에서는 학습을 통해 인간이 사고하는 능력,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의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ChatGPT가 일정 부분 사고능력과 활용능력을 커버한다면 학교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 ChatGPT가 상대적 이점이 충분히 있다고 하더라도 학교교육이 갖고 있던 기존의 가치관과 신념체계에 적합할 것인가는 최근 교육계에서 가장 관심 있는 주제였다. ChatGPT가 교육계에서 그리 인기를 끌지 못한다면 아마도 '적합성' 불충분에 기인할 것이라 예측된다. 그러나, 혁신가, 초기수용자 그룹에서는 교육의 본질을 더욱 강화하고,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는 측면에서 ChatGPT를 활용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다. 조만간 이들의 사용경험은 다수수용자 그룹의 태도형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복잡성 측면에서는 다른 기술에 비해(예를 들면, 메타버스 등) 사용이 용이하다. 로그인 절차, 확장프로그램 설치 방법, 질문과 답변 방식, 언어의 장벽 해결 등에서 ChatGPT는 간편하다. 물론, 오픈AI에서 제공하는 검색기능을 기준으로 하면 그렇다. 앞으로 출시가 예상되는 생성형 AI들이 사용용이성에 기반할 것이라는 기대에 부응한다면 복잡성은 물론이고 상대적 이점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ChatGPT는 시험가능성과 관찰가능성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 오픈AI라는 용어에 걸맞게 누구나 생성형 AI의 위력?을 체험할 수 있다. 물론, 더 빠른 속도를 원하는 사람들은 유료버전을 구입하겠지만 누구나 무료로 ChatGPT를 사용할 수 있다. 시험가능성은 곧 관찰가능성으로 이어진다. ChatGPT는 혁신적인 기술이 단순히 '개념'과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하는 '실체'임을 사용자가 직접 느낄 수 있음은 분명하다.



우리는 혁신의 확산이 가능한 교육생태계를 지니고 있는가?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올 것임은 모두가 동의하는 사실일 것이다. 어쩌면, ChatGPT는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실체의 시작점일지 모른다. 불과 몇 개월 만에 ChatGPT는 더 높은 버전을 내놓았고, 관련 기업들은 더욱 다양한 서비스들을 출시하고 있다. 교육계에 필요한 변화는 오래전부터 주장되어 왔다. 교육환경, 교육문화의 변화 역시 그렇다. 물론, 선생님들도 환경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ChatGPT의 등장.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혁신'이 '확산'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자. 혁신적인 기술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지금, 교육 생태계 역시, 구호가 아닌 실체를 만드는 일에 집중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 한다. 




[참고] 이동국, 이봉규, 이은상 (2022). 인공지능(AI) 활용 교육을 위한 교사 역량 및 연수 과제 도출. 교육정보미디어연구, 28(2), 415-444.


https://bit.ly/3FBp3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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