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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뜻한 Jan 20. 2023

한 겨울 날의 깨달음

겨울바람, 그리고 비로소 보이는 것들

겨울은 추워야 한다. 봄 동안 피어난 꽃들은 여름에 지고, 싱그러운 초록빛 잎파리들은 가을이 되면 형형색색 물들고 떨어지게 된다. 앙상하게 남은 나뭇가지에는 차가운 바람이 맴돌고, 그제서야 우리는 겨울이 왔음을 실감한다.


봄바람, 풋풋한 여름 공기가 느껴질 때는 미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게 된다. 코끝을 스치는 겨울 냄새와 함께, 한 해를 넘어 살아온 발자취들을 돌아보게 된다.


결국 내 인생을 상처낼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다. 다른 사람이 이러쿵 저러쿵 내 인생에 대해 떠들어대고, 흠집낼 수는 있지만. 내 인생을 무너뜨리는 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그렇기에 내가 중심이 단단히 서 있으면 내 인생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


내가 있어야 다른 사람도 있다. 내가 다쳐가면서까지 다른 사람들을 챙길 필요는 없다. 타인에 대한 배려도 결국 그 배려를 통해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의미가 적다. 뭐든지 내가 행복하고 즐거울 만큼만. 생각보다 다른 사람은 내 행복과 불행에 관심이 없다. 그렇기에 뭐든지, 피해만 안 간다면 남 눈치 안 보고, 내가 하고 싶은 일, 사랑하는 것을 하자.


빠르게 해야 하는 일도 종종 있지만. 많은 일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달리 보이는 게 많다. 어제는 안 보이던 일들이 오늘이나 내일은 달리 보일 수도 있다. 대략적인 결정은 해 놓되, 시간을 들여가면서 다각도로 검토해 보는 것도 현명한 선택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지켜야 하는 것들은 그 당시에는 소중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다. 사랑, 건강이 특히 그렇다. 잃고 나서야 우리에게 소리친다. ”왜 그때 나를 잘 챙겨주지 않았어?“ 이미 그 말이 나왔을 때는 늦은 경우가 많다. 뭐든지 미리 미리, 할 수 있을 때 챙겨줘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챙김과 배려도, 운동과 건강하게 먹고 마시기처럼.


강하지 못해서 참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강히기 때문에 참는 것이다. 내가 한 말이 상대에게 낸 상처가 평생 남을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아니깐. 참아 주는 것이다. 100만큼 말하고 행동하고 싶은데, 참고 10만큼 말하고. 왜냐면 정말 한번 상처와 손해가 나면, 생각보다 회복에는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뭔가 틀을 규정짓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다. 틀을 규정짓게 되면 인생이 답답해지고, 한 쪽으로만 경험하는 단조로운 인생이 된다. 꼭 그게 안 좋다는 거는 아니지만, 해보지도 않고 겁 먹고 겪어보지도 않고 지레 못 한다고 말하면 끝끝내 아무것도 경험해보지 못하는 인생이 된다. 가능하면 새로운 일도 도전해 보고,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뭐든지. 누구든지.


마지막으로 느낀 것은 이렇다. 고군분투 동분서주하고 살아가지만 결국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한때는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될 거라고, 혹은 대단한 능력이나 인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자부(혹은 착각)하며 살아갔다. 하지만 난 너무나 부족하고 서툰 사람일 뿐이고, 그건 내가 100살이 되어도 변함 없는 사실일 것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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