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홈페이지 학교장 인사말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 ‘독서’ 액정을 반으로 접어 들고 다니는 시대가 되었음에도 독서교육은 여전히 인기 있는 단어인가보다. 쌤스타그램에서 그림책은 늘 핫한 주제이고, 독립출판의 시대로 변화하면서 더 이상 작가는 꿈이 아니라 생활로 자리잡았다. 헌데 우리는 학교 도서관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신간도서와 폐기도서 사이에서 고뇌하고 있는 닻별쌤과 이야기 나누어보자.
‘큰 행사들보다 아이들과 소통했던 독서의 달 행사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 소재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5년차 사서선생님입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근무해보았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모든 급별의 학교, 소규모 학교와 큰 학교에 근무하면서 짧은 기간에 비해 많은 경험을 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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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과 중등학교의 도서관 운영, 사서 선생님으로서의 경험에 차이가 있나요?
초등은 학년에 따라 수준별 차이가 많은 편이라 연령에 맞추어서 꼼꼼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중등에서는 도서부를 만들어서 학생들과 함께 운영하는 것이 중등 도서관의 꽃이라고 생각합니다. 행사나 독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거나 제가 주도하되 아이들이 도와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청소나 도서 정리도 학생들과 같이 할 수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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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초등학교의 도서관 운영이 더 편하겠어요?
학교 급별로 편하다, 불편하다 말씀은 드리기 어려워요. 보통은 초등학교의 경우 학생과 학부모님들도 같이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더라고요. 중등의 경우 자유학년제가 실시되면서 과거에 비해 보다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어요. 그 시점에 도서부원 아이들과 함께 운영하면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아이들이 도서관에 원하는 바를 알기도 쉽죠. 아이들이 사서 업무를 체험해보고 서로 소통하는 경험도 많이 했어요. 다만 아이들 간의 트러블이 발생하거나 제가 운영하는 방향으로 아이들이 움직여주지 않을 때는 많이 힘들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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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해주실만한 도서관 행사가 있을까요?
4월에는 책의 날 행사, 10월에 독서의 달 행사가 대표적입니다. 원화전시, 한글날 행사, 샌드아트가 포함되기도 해요. 초등이나 중등의 수준 차이를 제외한다면 행사는 거의 비슷하더라고요. 학교 주변의 환경이나 관리자 성향에 따라서 행사를 운영하시는 것이 중요하죠. 예를 들어 매점이 없거나 주변에 편의점이 없는 학교의 경우 행사 상품으로 먹을거리를 제공했었는데 관리자 분들과 학생들이 더 좋아하더라고요. 행사비가 비싼 작가와의 만남이나 강사초청을 꺼려하실 경우 다른 행사로 대체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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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도서관 행사를 소개해주세요.
중학교에서 독서의 달을 맞이해서 한 달 동안 한글날 행사로 우리말 찾기, 한글날 삼행시를 했고 문학작품에 나오는 단어와 책 제목들로 가로세로 퀴즈 등을 했어요. 한 달 동안은 쉽지 않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준비했기 때문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죠. 행사를 하면서 아이들과의 소통을 했다는 점이 참 소중했어요. “선생님, 다음에는 이런 프로그램이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상품은 이렇게 바꿔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참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죠. 샌드아트와 같이 큰 행사들보다 아이들과 소통했던 독서의 달 행사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아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선생님이 돕는다면 어떨까요?’
가장 많은 분실물은 무엇인가요?
아이들이 숙제하러 공부하러 오면서 학용품이 가장 많이 분실돼요. 그리고 돈을 몇 번 주워본 경험이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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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이었나요?(웃음)
천 원 두 번, 오천 원 한 번이었어요. 지갑 없이 바지 주머니에 넣은 친구들이 주로 잃어버려요. 상습적으로 잃어버린 아이에게는 지갑 구매를 권하기도 하죠.(웃음) 그리고 서가 위에 물건을 올려 놓는 아이들이 물건을 그렇게 잘 잃어버려요. 어디에 물건을 올려 두었는지 찾기가 힘들거든요. 저같은 경우도 서가에 물건을 올려두고 잠깐 전화를 받으면 뭘 올려놓았는지 잊어버리거든요. 그래서 저도 일하는 중에라도 서가 위에는 물건을 절대 두지 않으려고 하고 아이들에게도 얘기해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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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제발 먹지 말았으면 하는 음식 있나요?
모든 음식 전부요. 특히 책을 오염시키기 쉬운 식품은 안 되죠. 특히 우유나 아이스크림과 같이 액체로 된 음식들이 대표적이죠. 예전에 냉면을 종이컵에 담아 들고 와서 먹은 학생이 있었어요. 놀라서 바로 내보냈죠. 도서관이 밥집도 아니고... 어쨌든 도서관 안에서 음식물 섭취는 절대 금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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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은 서가에 다시 꽂기보다는 북카트에 올려두는게 맞죠?
네. 북트럭에 올려놓거나 서가 옆에 책 수레를 놓아두면 좋아요. 어디에 꽂아야 할지 모르거나 귀찮아서 아무 데나 두기보다는 꼭 북트럭을 이용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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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리 힘들지 않으세요?
저희가 직업병으로 앓고 있는 게 손목이나 어깨, 무릎 통증이에요. 관절염이나 손목 인대를 다치는 일이 빈번하죠. 몸을 많이 쓰는 직업이다 보니 책 정리가 참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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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싫어하는 아이,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억지로 추천하거나 강제로 읽게 하면 반감을 일으킬 수 있어요. 저는 독서에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도서관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행사를 열어요.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책읽기에 흥미를 심어주고 일단 도서관에 자주 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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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을 맴도는 아이도 있어요. 책을 좋아하는 아이도 있겠지만, 교실이 불편해서 그런 아이도 있어요.
배려, 협동같은 공동체 주제로 도서관 프로그램을 운영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진행해서 그동안 돌보지 못한 친구들을 챙겨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아이의 일은 아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선생님이 돕는다면 어떨까요?
‘사서교사의 사명감을 갖고 임해주시길 바라요.’
교육과정에 미디어 리터리시와 한 학기 한 권 읽기 등 도서관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사서 선생님과 담임교사의 협업이 중요해졌어요. 이런 변화를 지켜보는 사서 선생님으로서의 마음은요?
현재도 잘 이루어지고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도서관을 이용하는 자율독서 수준에 있다고 느껴요. 협업을 한다면 적어도 수업 주제에 맞는 책을 선정하고 정보를 찾아드리는 일이 먼저였겠죠. 그럼에도 다행인건 수업 시간에 도서관을 이용하려고 노력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세요. 현실에 관련된 이야기인데요. 교육공무직으로 계시는 사서 선생님이 있는 학교는 수업에 대해 관여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에요. 안타깝죠. 관심이 있는 선생님들도 자율독서에서 끝나는 문제가 사서교사가 많이 배치되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도서관의 역할을 잘 모르는 탓도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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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 점을 지적하고 싶었어요. 사서 선생님들과 협력 수업을 장려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사서 선생님이 공무직이라서 수업이 어려우시잖아요.
맞아요. 사서교사가 부족한 현실과 연결이 되죠. 업무를 하면서 일반 사서로서는 한계가 많이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학교도서관은 사서로서, 관리자로서 역할 뿐이 아니라 교사로서 교육의 역할이 추가되니까요. 교육에 대한 권한이 없으면 협력수업이 이루어지기 어려워요. “사서에게 수업권을 줘라.”라는 말이 아니라 사서교사가 많이 늘어날 필요가 있다는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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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교육에 대한 중요성은 깊어지는데, 사서 선생님의 근무 환경은 열악하다고 느껴요. 어떻게 체감하시나요?
과거에 비해 나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교육공무직, 기간제를 포함한 사서 선생님들의 처우와 환경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에요. 현재 공무직의 경우 자연소멸을 취하고, 그 자리를 사서교사로 채운다는 방침으로 알고 있어요. 단, 기존의 계셨던 분들의 근무 환경이 개선되어야 하고 사서교사의 임용이 확대되어서 전문 인력이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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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이전만 해도 핫한 논제가 과학기술이 발전했으니 도서관 무용론이 대두되었던 것 같아요. 요새는 그런 논리가 전복되었어요. 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읽으러 가는 곳이 아닌 정보 공간이 되었으니까요. 미래 도서관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과거에 비해 정보의 양은 방대해지고 있고, 이제는 정보의 바다가 아니라 우주라고까지 말해요. 정보를 찾고 이용하는 방법을 아이들이 꼭 습득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겠죠. 인터넷 으로 주로 뉴스를 보지만 아직도 종이 신문이 발행되는 것처럼 종이 책이 없어지는 시대는 오지 않아요. 전자책의 경우 오래 보면 눈도 건조해지고 전자파가 나오고 쉽게 피곤해 지더라고요. 종이책의 경우에는 책을 넘기는 맛이 있고 피로도는 덜 느끼거든요. 종이책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아직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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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의 꿈을 꾸며 문헌정보학과에 들어가셨나요?
처음에는 문헌정보학과가 무엇인지 몰랐어요. 국문학과 관련이 있겠거니 생각했었죠.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편입 그리고 자퇴도 생각했었죠. 그런데 강의를 듣게 되면서 도서관이 하는 기능에 대해 알게 되다보니 저도 누군가에게 정보서비스를 제공하여 작은 도움을 주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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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로 돌아가신다면 진로를 바꾸실건가요?
학교도서관에서 일하는 가장 큰 매력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정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전교생의 모든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죠. 또한 학교에 근무하면서 가장 뿌듯한 것은 아이들을 통해 제가 몰랐던 것들을 배우다보면 제 자신이 배움속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어서 보람돼요. 사서를 못한다하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직업을 선택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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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사서 선생님들께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사명감! 딱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학교 도서관은 정말 업무가 많거든요. 혼자서 모든 걸 관리해야 하니까요. 그저 대출 반납만을 한다면 학교 도서관의 발전은 어렵겠죠. 특히 학교 도서관 같은 경우는 학교의 심장 역할을 맡고 있어요. 창의력, 지식 신장, 독서 치유 등등 학교도서관 내에서 여러 가지의 기능들이 이루어지고 있죠. 그리고 사서교사의 역량에 따라 학교 도서관의 활성화 여부가 결정돼요. 학교 도서관의 대표 이미지로서 사서교사의 사명감을 갖고 임해주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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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교사로서의 사명감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안정성만을 생각하고 취업을 목적으로 사서 교사가 되려고 하는 것은 추천해 드리지 않아요. 학교도서관은 도서관 관리 및 운영뿐만 아니라 교수학습이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운영, 행사준비 그리고 수업 준비도 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량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적극적으로 학교도서관의 활성화를 위해서 근무하지 않게 된다면 관리자 분들은 사서교사를 필요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몰라요. 그렇게 되면 학교도서관의 이미지는 나아지지 않게 되고 후배 사서교사들이 받게 될 고통도 커지겠죠.
‘모든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어려운 질문이에요.(웃음) 좋은 책이란 무엇인가요?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서는 교양을 쌓고 지식을 얻을 수 있고요. 치유형 독서, 스트레스 해소용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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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하고 싶은 책 있으신가요?
학교에서 추천도서목록을 짜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책을 혼자 고르기가 어려운 친구들을 위해 추천도서목록을 꾸리고 있어요. 최근에 책을 구입하면서 골라봤어요.프랑수와 오비노의 ‘나의 산에서’라는 책입니다. 똑같은 이야기가 목동과 늑대의 시점에서 진행돼요. 아이들이 서로의 입장을 돌아보고, 발상의 전환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그리고 3학년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만한 박서우 작가의 ‘아홉살 사전 시리즈’를 추천합니다. 협동과 배려, 입장을 바꿔보는 등 아이들의 바른 인성에 관심이 많은 선생님이시라면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이외에도 이금희 작가의 ‘내 이름을 불렀어’는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이 단순한 것이 아니라 대상의 존재감을 나타내는 점이 이름의 소중함을 일깨워서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동물들을 바탕으로 한 우화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이솝우화나 안데르센과 같은 유명한 동화작가의 작품도 추천드리겠습니다. 학부모님이 아이에게 ‘인어공주’의 작가가 누구냐고 물었더니 ‘디즈니’에서 만들었다고 대답하는 아이들이 있었어요. 옛날 고전 작가의 작품도 아이들이 꼭 읽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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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목록을 짜는 팁이 있나요?
한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주제로 나누어 짜서 독서의 여러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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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면요?
앞으로 사서교사 배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서교사의 배치가 활발하게 되는 만큼 앞으로 사서 선생님들이 도서관을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임해주신다면 학교도서관에 대한 인식도 바뀌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20년 1월 31일 금요일
에디터 유월
닻별 선생님을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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