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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봄 Jul 09. 2024

내가 좋아하는 자연을 지키기

#시골 

어렸을 때 장수 할아버지 댁에 작은 밭이 있었다. 가을에는 밤나무, 은행나무 털고, 겨울에는 배추 뽑고, 여름에는 할아버지 집 앞에 있는 계곡에서 놀았다. 중학교 때는 학교에 가려면 돌다리를 건너야 했고, 동네 개천에서 물고기 구경하고 놀았다. 나름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시골이었던 것 같다.

할아버지댁 앞


#수세미

요즘 제로웨이스트샵에 가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제품 중 하나는 수세미이다. 비누 받침대로 쓰기도 하고, 설거지할 때 사용하기도 하는 수세미. 중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이 학교 담벼락에 수세미를 잔뜩 키우셔서 수세미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 프라이드를 20년 이상(30년일수도..!) 타서 기아에서 인터뷰 촬영을 올 정도로 뭐든 오래, 잘 사용하시던 분이었다. 초등학교-고등학교 선생님 중에 내 머릿속에 이름이 남아있는 유일한 선생님.


#플로깅

고등학교 때 무슨 이유에선지… 친구와 환경봉사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했고, 불암산 둘레길에 가서 플로깅을 했다. 벌써 10년 전이라 그때는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플로깅이라고 하는지도 몰랐는데 그냥 수업 시간에 밖에 나가고 싶어서 ‘산에서 쓰레기 줍고 올게요!’라고 담당쌤한테 말했던 것 같다. 다른 활동으로는 학교 화단에 고추랑 토마토를 심었다. 아마 고추 몇 개 수확하고 다 죽었다. 


#에코장터

대학교에 “에코캠퍼스실천단”이라는 활동이 있었는데 에코장터라는 중고거래 활동이 재밌어 보여서 들어가게 되었다. 한 학기에 두 번 정도 학우들한테 옷을 받아서 학교에서 팔고 수익금 일부는 실천단에 기부, 나머지는 옷 주인한테 돌려줬다. 학교 뒤편에 지렁이 퇴비장이 있었는데 거기서는 교내식당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지렁이를 활용해 처리했다. 그렇게 줄인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을 “지렁이가 쏜다!”라고 샌드위치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했다. 

왼) 지렁이 퇴비장, 오) 에코장터

#채식

2019년, 몽골에 1년 동안 살면서 누린내 나는 고기 못 먹음/맨날 녹물 나옴/넷플릭스에서 물 부족에 대한 충격적인 다큐 시청으로 인해 채식을 시작했다. 2023년까지는 페스코-비건을 왔다 갔다 하다가 작년 여름부터는 거의 양아치 채식을 하기 시작했다. 채식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나는 물 부족 문제에 가장 관심이 많다. 어찌 됐든 혼자 있을 때나 채식을 지향하는 친구들을 만나면 보통 비건을 하는 편이고, 만나는 사람에 따라 가끔 생선을 먹는 정도다.


#제로웨이스트

채식으로 시작한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여러 행동들을 하게 만들었다. 그중 하나는 제로웨이스트. 요즘은 어딜 가든 텀블러는 기본으로 챙겨 다니고, 도시락을 싸야 한다면 용기를 챙겨서 간다. 애용하는 물품 중 하나는 고체치약. 튜브형은 부피 때문에 출장 때 가지고 다니기 부담스러울 때가 많은데 고체치약은 부피가 정말 적고, 내가 필요한 만큼만 덜어갈 수 있어서 편하다. 기존에 쓰던 고체치약은 쓸 때마다 혀가 너무 얼얼해서 힘들었는데 최근에 클하 멤버들한테 추천받은 고체치약은 마일드 그 자체!


#채식하루와클린하이커스

2020년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 채식지향을 유지했고, 2021년부터는 채식하루라는 프로그램을 하며 채식에 대한 지식을 조금씩 쌓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클린하이커스 활동을 시작했다. 나 혼자 하는 것도 좋지만 다 같이 공동의 목표를 가진 행동을 해본다는 게 좋았다. 쓰레기를 줍는 행위에서 끝나지 않고, 정크아트를 통해 메시지를 전한다는 게 참 좋다. 그리고 클하 멤버들을 만나면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어 편안하다.


#자연

나이를 먹은 건지, 나의 취향인지는 모르겠으나 도시보다는 시골이 좋다. 여행을 가더라도 사람들이 많이 가는 관광지에 가는 것보다는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속에 앉아있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장소들이 영원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언제든 다시 돌아오더라도 그때 그 모습을 보고 싶은데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이 좁은 땅을 언제까지 파헤치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 걸까. 


이런 과거(?)의 경험들로 인해 환경에 대한 감수성은 주변 사람들에 비해 더 높은 편이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응원해 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이 많았기에 더 자연스럽게 행동해 왔다. 경험, 주변 사람들이 나의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력을 준다는 걸 깨닫게 된다.

SDGs 13번 목표 중 세 번째 세부목표는 “기후변화 완화, 적응, 영향 감소, 조기 경보 등에 관한 교육, 인식제고, 인적·제도적 역량을 강화한다.”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아닐까! 누군가는 “네가 그런다고 지구에 도움이 돼?”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래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 뭐라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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