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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경민 Jun 30. 2023

늙어가는 대한민국 ... 준비해야 재앙 막는다

대한민국이 늙어가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의 18%를 넘었다. 열 명 중 두 명 가까이가 노인이란 얘기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은 고령사회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지는 않았다. 일반적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노인 인구 비중이 23%인 이탈리아에 비하면 그나마 형편이 낫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이탈리아에서 유독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노인 인구 비중이 높기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있다. 


문제는 속도다. 우리나라는 지구상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노화가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 추산으로, 노인 비중이 10년 뒤에는 28%로 늘어난다. 20년 뒤인 2043년에는 36%, 2053년에는 41%로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열 명 중 서너 명이 노인인 시대가 바로 우리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6.25 전쟁 직후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1955년생~1960년생)가 은퇴하고 고령세대로 진입하면서 시작됐다. 고령자 비중이 늘어난다는 것은 젊은 세대 비중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바꿔 말하면 고령화 문제는 급격한 저출생 현상과 맞물려 있다


지난 4월 태어난 아이 수는 1만 8484명이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2% 넘게 줄었다, (6월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인구동향) 통계청이 1981년 인구 월간 통계 작성 이후 월 기준 최저치다. 89개월째 내리막이다. 

태어나는 아이가 줄고 수명은 늘다 보니 고령화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2022년 사망자 수는 37만여 명. 그런데 태어난 아이는 24만 9천여 명이었다. 인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합계출산율 0.78명.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가 0.78명이란 뜻이다. 그러니 인구가 유지될 리 없다. 둘이서 둘을 낳아야 유지가 된다. 이 추세대로라면 한국 인구는 갈수록 쪼그라든다.



합계출산율 0.78은 전 세계 최저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소멸'을 경고한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전쟁이 나거나 동독이 무너졌을 때도 이 정도보다는 높았습니다. 굉장히 위험한 수준입니다, 어떤 개체가 5~6세대 안에 멸종할 위기라고 할 만큼 심각한 겁니다."


(사진: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 2023년 1월 헬로이슈토크 출연)


도대체 출생률은 왜 떨어지는 걸까?

선진국들도 경제 발전 과정에서 저출산 문제를 겪었다. 그러나 한국만큼은 아니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보편적으로 사회가 발전할수록 출산율이 낮아집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2.0 수준 밑으로 떨어졌다가 1.6에서 반등하는 나라들이 있고요.  스웨덴, 프랑스 등 북유럽 국가들이 그렇습니다. 아니면 저출산 국가라도 대개 1.3에서 1.6 사이에서 정체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정체되는 시점에서 IMF 사태(외환위기)가 터졌고 출산율이 계속 떨어졌는데, 2016년부터는 이유도 없이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0.78이라는 숫자는 제가 인구학을 공부하면서 본 적이 없는 숫자입니다."


좀 과장되게 말하면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날이 올지 모른다는 공포감마저 든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을 보자. 일본은 이미 2005년에 65세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를 맞이했다. 우리보다 20년 앞선 것이다. 지금은 무려 29%나 된다. (일본 내각부 발표: 2022년 3월 현재 28.9%) 사실상 열 명 중 3명이 노인이다. 


일본도 저출산문제를 겪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만큼은 아니다. 합계 출산율이 작년 1.26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0.78명인 우리에 비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숫자다. 그래도 일본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총력전에 돌입했다.


노인이 늘어나면 노동력 부족, 의료 복지 비용 증가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발생한다. 간병 비용을 주목해 보자. 


(사진: 김웅철 전 매일경제TV 국장 / 현 EBC 총괄본부장 2023년 1월 헬로이슈토크 출연)


김웅철 전 매일경제TV 국장 / 현 EBC 총괄본부장  

"65세 이상의 75세까지는 크게 간병 비용이 안 들어가는데 85세가 넘으면 무조건 케어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사실상 90세가 넘으면 70세보다 국가가 들어가는 한 사람의 비용이 9배가 넘는다고 합니다. 케어 문제, 요양보호사 문제, 이런 게 다 국가 재정 부담과 연결이 됩니다"


국가도 국가지만 부양을 위한 가족 문제로 확대된다. 일본에서는 이미 간병 이직, 간병 퇴직이란 용어가 생겨났다. 


김웅철 전 매일경제TV 국장 / 현 EBC 총괄본부장  

"부모 간병을 위해 자식이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는 거죠. 간병 이직, 간병 퇴직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년 10만 명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우리도 대비해야 한다. 그럼 고령자들은 어떤 고민을 안고 살아가고 있을까? 헬로tv뉴스가 어르신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조분옥 (78세) 

"때로는 내가 갑자기 아파서 혼자서 쓰러져서 죽으면 어떻게 하나 생각이 먼저 다더라고. 혼자 살다 보니까, 안 아플 때는 괜찮은데 몸이 아프거나 그럴 땐 그런 생각이 나요" 


조명자 (79세) 

"몸 아플 때가 제일 불편하죠. 혼자 계시는 분들은 특히. 나는 그래도 남편이 있으니까 그나마 다행인데, 몸 아플 때는 병원에 같이 가줄 동반자가 없어서 걱정이라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주위에 친구 하나라도 되도록이면 교류를 잘해놔야 되겠다. 그럴 때 좀 같이 가주겠나 카고 외로움 저는 또 딸이 없거든예, 또 형제도 없거든. 그러니까 나이 들어가지고 말하는 대화 상대가 있어야 되잖아. 그지?" 


김선래 (75세) 

"제가 이제 혼자 있으니까. 좀 고독감 같은 거 좀 있죠. 그래서 동사무소에서 많이 챙겨주시고 운동하고 지금 일 나가니까 일하고 또 아닌 날은 뭐 병원에도 가고..." 


송정희 (73세) 

"우리 아저씨가 안 계셔서 돌아가셔서 혼잔데 아무래도 건강 걱정, 생활 걱정이 큰 편이죠. 첫 번째는 건강이지 건강해야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건강과 외로움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자식이 부모 간병 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건 바로 소득 감소로 인한 생활고 문제와 직결된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간병 이직을 하면은 가족은 소득이 없어지면서 굉장히 빈곤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노동력이 부족한 시대에 노동력 비중이 더 강화되고요"


헌혈 부족 문제도 심각해진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헌혈을 하는데 젊은이가 줄어듭니다. 그런데 노인들도 수술을 많이 하게 되고 그러면 피가 필요하죠. 우리나라 헌혈이 심각하게 부족해지는 거죠" 



뿐만 아니라 고령인구의 소비력 저하로 노인인구가 많은 지역은 유통망이 붕괴된다. 이는 또 노인들의 영양 불균형 문제로 이어지며 악순환을 낳는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지역의 젊은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노인들만 남고, 노인들은 거동이 불편하시니까 생필품을 섭취하기 힘드시죠. 그런 분들은 특히 도시 지역에서는 편의점에서 음식을 많이 드세요. 편의점 음식에 많이 의존하시는 분들은 건강에 문제가 생깁니다. 영양 불균형의 문제, 보건학적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거죠"


일본에는 편의점난민이라는 말이 있다. 도심에만 있고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에는 편의점이 없어 편의점 찾아 멀리까지 간다는 뜻이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대도시와 농촌지역,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일본은 2025년 문제를 코앞에 두고 있다. 우리의 베이비부머 세대에 해당하는 단카이세대(전후 출생한 덩어리 세대라는 뜻)를 포함해 일본 인구의 20%가 75세 이상이 되는 2025년에 예상되는 문제다. 75세 인구 비중이 20%를 넘으면서 생겨나는 의료, 간병 등 사회보장비가 급증하는 문제다. 현역 세대의 부담이 가중됨으로써 일본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라고 다르지 않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노인 빈곤 문제, 노인 자살 문제, 현역 세대의 세 부담 증가 문제 등 우리가 맞닥뜨려야 할 문제가 봇물 터지듯 터지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사회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한다. 준비하지 않은 채 초고령화시대를 맞게 되는 것은 재앙이다. 초고령화시계는 지금 이 순간도 째깍째깍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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