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은 국력. 80년대 흔히 접했던 표어다. 지금도 유효하다. 국민의 체력이 있어야 국가가 부강할 수 있다. 국민의 체력이 '빌빌'하면 나라의 경제력도 국방력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요즘은 모르겠지만 필자의 학창 시절에는 체력장이 있었다. 100미터 달리기, 제자리멀리뛰기, 윗몸일으키기, 턱걸이, 오래 달리기(남자 1000미터, 여자 800미터) 등이었다. 점수를 매겨 성적에 반영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학력고사 340점 만점에 체력장 20점 만점이었으므로 모든 수험생들이 체력 기르기를 소홀히 하지 못했을 것이다.
10여 년 전부터는 환경미화 9급 공무원 채용 때 훨씬 힘든 체력장이 실시되고 있다. 선발기준의 변별력 때문에 체력을 테스트하는 걸까. 아무튼 '체력은 국력이다'라는 구호는 사회 구석구석에서 적용되고 있다.
매년 전국체전(전국체육대회)이 열려 지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기량을 뽐낸다.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생만 선수로 참여하는 전국소년체전(소년소녀 체육대회)도 해마다 열린다. 소년체전의 구호는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 나라도 튼튼'이다.
전 세계로 확장하면 4년마다 동계 하계 올림픽이 각각 열린다. 여기에 동계 하계 청소년올림픽도 별도로 열린다. 오는 19일부터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가 평창 등 강원 지역 일대에서 펼쳐진다.
다시 구호를 살펴보자. '체력은 국력' 여기서 말하는 체력은 국민의 체력을 가리킬 것인데, 국민은 누구인가. 갓난아이부터 꼬부랑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모두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전국체전, 소년체전이 있고 청소년올림픽이 있고 장애인체전과 장애인올림픽은 있는데 노인체전, 실버올림픽은 왜 없는가?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이 질문을 듣는 순간 머리가 띵했다. 이 물음을 던진 사람은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이다. 인구의 5분의 1인 천만 명이 노인인데, 왜 노인들은 체전에서 소외되는가라는 질문이다.
노인이 건강해야 국가가 부강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2022년 국내 전체 의료비는 102조 원이었다. 이 중에 노인의료비는 44조 원을 넘었다. 전체의 43%나 된다. 나이 들면서 이런저런 병을 달고 사는 노인들이 많다는 걸 반영한다. 노인의 건강을 증진시켜 병원에 갈 필요성이 줄어들면 노인진료비는 자연스레 줄게 된다. 노인의 건강은 사회적 비용 경감이라는 효과를 낳게 되고 결국 국력신장의 바탕이 된다는 이야기다.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둔 우리나라의 노인 건강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재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국가 과제다.
그렇다면 노인 건강을 어떻게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인가? 노인 체육 활성화가 답이 될 수 있다고 김호일 노인회장은 힘주어 말한다.
"노인들이 집안에만 있으면 안 돼요. 자꾸 바깥 활동을 하고 움직이고 걸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건강한 청년과 동일한 운동을 하는 것은 무리니 노인에게 적합한 운동과 스포츠 경기 방식을 개발해서 보급해야 합니다. 최근 확산되고 있는 파크골프는 노년층에 최적화된 운동입니다. 골프를 노년층용으로 변형시킨 스포츠인데 1개 코스가 9홀로 구성된 경기입니다. 채는 하나로만 치고 공을 띄우는 게 아니라 굴리는 방식만 다릅니다. 물론 일반 골프장만큼 넓지는 않고요. (골프 코스는 약 3,000미터인데 반해 파크골프는 790미터 이내임) 1시간이면 18홀을 도는데 평균 7천 보를 걷습니다. 그러니까 파크골프장 오갈 때를 포함해 하루 만 보는 걷게 되는 거죠. 예부터 하루 만 보 걸으면 무병장수한다고 했습니다. 노인 건강에 최고인 스포츠죠"
김 회장은 파크골프장을 더 늘려 노인들이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아가 노인들이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스포츠 경기를 다양하게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 노인 체력에 맞게, 무리가 되지 않고, 부상 위험이 없는 방식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춤식 노인 전용 스포츠를 다양하게 개발하거나 해외에서 도입해 국내에 보급하고 관련 시설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실버야구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먼저 배트는 공이 잘 맞게 넓적한 빨래방망이 같은 것으로 바꾸고 공은 맞아도 다치지 않도록 물렁물렁한 재질로 바꾼다. 투수는 타자가 치기 어렵게 공을 던지는 게 아니라 치기 쉽게 던지도록 룰을 바꾼다. 아니면 투수 없이 말뚝 위에 공을 올려놓고 방망이로 친다. 내야와 외야는 좁힌다. 어르신들이 그렇게 빨리 먼 거리를 뛰어다니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방망이로 친 공이 그렇게 멀리 가지 않도록 재질을 잘 만들면 된다.
배구나 농구 등도 이런 식으로 해당 스포츠의 기본 형식은 살리되 노인의 신체적 특성에 맞게 변형시켜 여러 가지 종목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야 노인들이 방구석에서 나와 운동하고 교류하고 스트레스를 풀어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을 증진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이를 체계적으로 보급하기 위해 대한노인회는 별도로 대한노인회체육회 창설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노인문화건강증진센터 건립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다음 [윤터뷰]에서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