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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민 칼럼] 돌연 문 닫은 동네 안경점

by 윤경민

[윤경민 칼럼] 돌연 문 닫은 동네 안경점

얼마 전 동네 안경가게에서 문자메시지가 왔다. 폐점을 앞두고 빅세일을 한다는 광고였다. 이 가게는 올해 두 차례나 반값 세일 행사를 했었다. 두 번의 행사 중 한 번 가서 다초점 안경 렌즈를 맞췄다. 다초점 렌즈는 워낙 비싸서 불편했지만 흠집이 많이 난 안경알을 그냥 몇 년이나 썼다. 그러다 반값 할인이라는 소식에 큰맘 먹고 바꿨던 것이다. 렌즈만 거기서 사고 안경테는 기존에 쇼핑앱을 통해 그 안경점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싼 값에 사뒀던 것을 사용했다.

그런데 그 안경집이 결국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왠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20여 년 단골이었던 가게가 사라진다니 일산 옆 작은 신도시인 화정지구에 주민들의 입주가 시작된 1996년 문을 열었으니 28년 만에 수명을 다하고 폐점하게 된 것이다. 직원에게 폐점 이유를 물었더니 뻔한 답이 돌아왔다. 장사가 안된다는 것이었다. 임대료 내기도 버겁다고 했다.

널찍한 가게에 갖가지 안경과 선글라스를 진열해 놓고 한편에는 시력 측정하는 곳이 갖춰진 제법 고급스러운 곳이었다. 늘 환한 조명을 켜놓고 직원 2~3명이 항상 손님 맞을 준비를 하던 곳이었다.

직원들은 아마도 자격증을 가진 안경사들일 것이다. 가게가 문을 닫으면 그들은 무엇을 하며 먹고 살아갈까. 남의 일 같지 않아 걱정이 들어서 물었다. "뭐라도 해서 먹고 살아아죠"

요즘 상가를 지나다 보면 빈 가게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장사가 하도 안돼 접는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만 백만 명에 육박했다. 우리나라는 특히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편이라 소비 침체와 불황의 장기화는 치명적일 수 있다. 자영업자 등 비임금 근로자의 비중이 미국 6.6% 일본 9.6%인데 비해 한국은 23.5%나 된다.

얼마 전 한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접수받았다. 퇴직금 외 위로금 명목으로 얼마간의 보상을 해주는 것으로 신청자들을 모았다. 각자 이유가 있겠지만 목돈을 선택한 이들은 십수 년간 열정을 가지고 일해왔던 회사를 떠났다. 그들 중에는 비임금 근로자, 즉 자영업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 50대로, 재취업하기에는 어려운 연령대다.

문 닫는 가게가 속출하는 이유 중 하나로 온라인쇼핑의 증가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원하는 것을 대부분 곧바로 손에 넣을 수 있는 세상이다. 먹고 싶은 건 바로 주문해 배달시킬 수 있다. 신선 식품도 다음 날 새벽 배송된다. 입고 싶은 것도, 쓰고 싶은 물건도 모두 단 며칠 안에 받아볼 수 있다. 어떤 건 다음 날 새벽 총알 배송 서비스도 가능하다. 귀찮게 가게를 방문할 필요가 없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백화점이나 쇼핑센터는 아이쇼핑, 눈으로 확인하고 가격비교사이트를 통해 가성비 좋은 것을 주문하면 제법 이득이다.

온라인쇼핑의 대세 속에 중국산 직구 쇼핑 애플리케이션인 알리익스프레스가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 11월 이용자 수가 968만 명, 10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2위로 우뚝 서, 1위 업체인 쿠팡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저품질 평가 속에서도 가성비를 무기로 한국 소비자들을 파고든다. 초저가 상품으로 국내 쇼핑앱과는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게 현실이다. 과거에는 배송에 한 달 이상 걸리는 문제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일주일 가량으로 해소해가고 있다. 마동석과 탕웨이를 모델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한국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요즘같이 경기가 안 좋은 때 소비자 입장에서는 싼 값의 쓸만한 물건이 먹힌다. 단추가 잘 떨어지거나, 마감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품질 낮은 물건도 적지 않지만 그렇게 '꽝'이 걸리더라도 만족도 높은 가성비의 물건을 손에 쥐게 되면 만족스럽기도 하다.

이제는 국산품 애용이라는 애국심을 호소하는 시대가 아니다. 물건 좋고 가격 싸고 배송 빠르면 그것이 중국산이든, 국산이든 별 신경 쓰지 않고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인 소비 혹은 구매 행태다.

알리엑스프레스와 테무와 같은 중국산 저가 쇼핑앱의 무차별 습격에 국내 쇼핑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정부는 과연 이들의 공세를 막기 위해 없던 규제를 만들어야 할 것인가.

온라인쇼핑이 대세인 지금 가게 문을 닫고 정리하는 자영업자는 늘어나고, 한국 온라인쇼핑기업은 중국업체에 밀려 경쟁력을 잃어가고, 저성장 장기 불황 시대에 이래저래 다들 먹고살기 힘든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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