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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도서관의 단상

by 윤경민

[윤경민 칼럼] 동네 도서관의 단상

동네 도서관에 갔다. 무더위를 피할 요량이었다. 예상대로 시원했다. 서고에는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제목이나 저자 이름을 치면 책을 찾을 수 있는 컴퓨터도 유용했다.

한 10년 만에 가서 그런 걸까.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학교 도서관 같던 옛날식 열람실은 모습을 감췄다. 대신 서가와 열람 공간이 공존하는 형태로 바뀌어 있었다. 마주 보는 4인용 책상, 창가에 일렬로 마련된 자리, 편안한 1인용 소파형 열람 공간 등 획일적이지 않은 공간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어떤 이는 노트북을 펼쳐 놓고 있었고 어떤 이는 태블릿 PC를 세워 놓고 있었다. 웬만한 자리마다 전원공급용 콘센트가 달려 있어 디지털기기를 사용하기 편리한 구조였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어린아이부터 중고생, 대학생, 그리고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주민들이 독서에 열중하고 있었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이 많은 요즘, 그보다 훨씬 좋은 분위기와 시설을 갖춘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도공족'들로 가득했다.

집중이 잘된다는, 그러나 나게에는 해당하지 않는 '백색 소음' 대신 종잇장 넘기는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 고요함이 지속되었다. 시원하고 조용한 곳에서 책을 읽다 보니 두 시간이 훌쩍 흘렀다. 그만큼 집중이 잘 되었던 모양이다.

1층 출입구 창구에서 직원에게 대출카드를 분실해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하니 지금은 카드가 필요 없다고 한다. 스마트폰을 꺼내라고 하더니 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로그인하고 바코드를 캡처하면 그걸로 책을 빌릴 수 있단다. 10년 동안 이용하지 않았던 도서관 ID와 패스워드를 용케 기억해 내 바코드를 캡처하기까지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모바일 신분증처럼 도서관 대출카드도 모바일 시대로 바뀐 것이다.

세상이 참 편리해졌다는 생각과 더불어 쾌적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변신한, 아니 나만 몰랐었고 이미 그렇게 바뀐 지 오래된 도서관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내가 내는 세금이 헛되이 쓰이지 않는다는 생각과 은퇴 후에 애용할 곳이 있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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