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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ro Jun 21. 2021

이민5년 차의'미나리'

캐나다 이민자의 '미나리' 영화 감상 후기

  어느 날부터인가 유튜브를 열면 영화 '미나리' 관련 추천 영상들이 도배되기 시작했다. 독립영화라 재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기에 관심이 갔다. 


  하루가 다르게 '미나리' 관련 영상들이 많아지다가, 골든글로브 외국어 영화상과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을 수상하면서 '미나리'의 인기는 절정에 치달았다. 영화의 예고편과 유튜브의 여러 관련 영상들을 보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져가던 중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미나리'가 출시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무료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국위를 선양한 작품에 관람료를 지불하는 것은 아깝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캐나다 이민자로서의 남다른 동질감을 가지고
'미나리'라는 작품을 감상하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캐나다 땅을 밝은지 정확히 5년째 되는 기념일이었다.


  한 때 영화감독을 장래희망으로 꿈꾸었던 적이 있었다. 예술성을 높게 평가받고 영화제에서 수상한 영화들을 찾아보며, 흥미위주의 할리우드 상업영화들을 폄하하던 때도 있었다. 사실은 제대로 이해하지도, 재미있게 보지도 않았으면서도 어려운 영화들을 극찬하며 친구들에게 추천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캐나다에서도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는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는 평범한 중년의 아저씨이지만 독립영화를 대하는 순간 영화감독을 꿈꾸던 그 시절의 설렘이 잠시 나를 짜릿하게 했다. 스포일이 될 수도 있기에 영화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나만의 감상평을 남기고자 한다.


역시 독립영화는 다르구나!


  긍정적인 느낌과 부정적인 느낌을 고루 가지고 있는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영화 평론가들이 느낀 '미나리'의 심오한 가치를 공감하기는 부족한 일반인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뭔가 더 구체적이고 자극적이고 흥미진진한 부분을 기대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 스토리 진행에 푹 빠져있었고, 러닝타임이 짧게 느껴진 것을 보면 충분히 몰입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영화에서의 이민자 가족의 상황이 우리 가족의 상황과는 다르고, 이민생활을 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미나리'의 주제가 '가족'이라는 것 하나만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고, 그 부분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기대했던 결말을 보지 못한 아쉬움을 남긴 채 영화는 끝이 났지만, 영화의 여러 장면들은 한동안 내 머릿속을 떠나지 못했다. 그중에서도 가장으로서 극 중의 아빠 Jacob의 한마디가 계속 가슴에 남았다.


"애들도 한 번쯤은 아빠가 뭔가 해내는 걸 봐야 할 것 아니야"


  40의 문턱에서 그동안 한국에서 이루어놓은 것을 버리고 캐나다로 떠나왔다.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때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가족은 나에게 힘이 되기도 부담이 되기도 했다.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해, 아내와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가장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혼자였다면 계획했던 일들은 이루지 못했을 것이고, 지금의 성공적인 정착생활도 없었을 것이다.


  영화를 관람한 후 지난 5년간의 우리 가족의 이민생활도 또 하나의 독립영화가 되어 내 머릿속에서 상영되었다. 영화에서 비추어진 가족 간의 갈등과 회복, 물론 다른 상황과 다른 방식이었지만 우리 가족도 경험했던 일들이다. 그 모든 것이 밑거름이 되어 가족애는 더욱 두터워지고 서로에게 힘이 되면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다.


  영화가 인생을 돌아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훌륭한 매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지난 5년의 우리 가족의 일상도 어쩌면 "미나리"와 같은 영화가 될 수 있는 드라마틱한 경험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고스란히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지금을 평범하게 살고 있는 우리가 새삼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인생은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말은 어떤 누구의 삶에나 나름의 방식으로 적용되는 명언일 것이다. 영화 한 편에서 공감과 감동을 얻고 각본 없는 드라마가 나의 인생에서 실현되고 있다는 생동감을 느끼게 해 준 영화 "미나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Photo by Alexandre Brondino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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