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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니 Sep 12. 2024

'작가가 꿈'인 아이가 8년 차 저자에게 가르쳐준 것

책 <에세이 글쓰기 수업> 저자 이지니가 글쓰기 특강 때 겪은 일

'작가가 꿈'인 아이가 8년 차 저자에게 가르쳐준 것











꿈으로 가는 글쓰기, 그 시작


폭염이 또다시 기승을 부린 어제, 서울의 한 학교에서 <꿈으로 가는 글쓰기>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연령대가 다양한 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였다. 유머를 곁들여 분위기를 띄우는 건 내가 자신 있는 일이지만, 청소년들이 정말 재미있게 들을지는 또 다른 문제였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아이들은 내 말 한마디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며 열정적으로 반응해 주었다.











작가의 꿈, 일상에서 자라다


특히 내 마음을 사로잡은 아이가 있었다. 15분간 '내게 쓰는 편지'를 작성하는 시간을 줬을 때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들에게 다가가며 글쓰기를 도왔다.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친구에게는 "말하듯이 써봐. 엄마나 아빠, 혹은 친한 친구가 내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대화하듯 써봐. 그럼 훨씬 편해질 거야"라고 말하며, 단순한 기술을 넘어 글이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기를 바랐다. 글이라는 건 결국 우리가 가진 생각과 감정의 흔적이니까, 그 흔적이 진솔할수록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부드럽게 글을 써 내려가는 아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친구는 꿈이 뭐니?" 그러자 아이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밝게 대답했다. "저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작가의 꿈을 가진 이 아이는 이미 블로그를 운영하며 글을 쓰고 있었고, 에세이 작가로 데뷔해서 나중에는 소설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야심을 내비쳤다. 어린 나이에 이렇게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이미 글을 쓰며 꿈을 키워가는 모습은 나를 감동하게 했다. 문득 떠오른 생각은, ‘꿈은 결국 일상의 작은 행동에서 자라는구나였다. 거창한 계획이나 완벽한 준비가 아니어도, 그저 계속 쓰고, 나아가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꿈의 출발점이라는 걸 아이를 통해 다시금 깨달았다. 설령, 훗날 아이의 꿈이 바뀔지라도, 이 아이는 무엇을 하든 잘 해낼 거라는 믿음마저 생겼다.






예비 작가님의 낭독





작은 선물이 남긴 큰 울림


학교에 오기 전, 내 책 『에세이 글쓰기 수업』을 3권 준비했다. 모든 아이에게 줄 수는 없지만, 꼭 받아야 할 아이 세 명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그중 한 권을 작가의 꿈을 꾸고 있는 아이에게 주기로 마음먹었다. 책을 건네며 사인도 해주었더니,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작가님, 정말 감사합니다. 작가님을 만난 것도 좋은데, 사인본까지 주셔서 너무 행복해요!" 아이의 기쁨이 내게도 그대로 전해져, 나 또한 마음이 뜨거워졌다. 이런 순간을 만날 때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제대로 걷고 있는 걸까? 내가 선택한 이 길은 보람 있는 길일까? 대답은 성인뿐 아니라, 아이의 반응에서도 찾는다.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꿈을 이야기할 때, 내가 이 길을 선택한 이유가 분명해진다. 내가 가진 작은 씨앗이 그들에게 뿌려지고, 언젠가 그 씨앗이 아이들의 마음에서 자라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길, 아이들의 꿈을 향해



90분이 꿈처럼 지나가고, 내게 특강을 제안한 국어 선생님과 다른 선생님들이 다가다. "아이들이 작가님과 함께한 시간을 정말 즐거워하는 게 느껴졌어요. 뜻깊은 시간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폭염 속 땀을 흘리며 학교로 향한 어제, 다시 돌아와도 이 순간은 분명히 보람 있었다. 이때, 서너 명의 아이가 내게 다가왔다. "작가님! 손 한 번 잡아도 되나요?"라는 말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그럼! 백 번도 잡아줄 수 있어!" 손을 잡으며, 아이들의 꿈도 내 손처럼 힘차게 뻗어나가길 진심으로 기원했다.








짧은 만남이 남기는 작은 씨앗


우리의 만남은 짧았지만, 내가 전한 이야기가 아이들의 마음속에 작은 불씨로 남아주길 바랐다. 나는 그 불씨가 언젠가 커다란 불꽃이 되어 그들의 꿈을 밝혀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생각했다. 꿈이란, 대단한 계획이나 특별한 재능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것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걸 말이다. 하루 15분이라도 꾸준히 쓴다면, 작은 글들이 모여 결국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지만, 작가의 꿈을 꾸는 이 아이가 어른이 되어 자신의 길을 걸어나갈 때, 나와의 짧은 만남이 자신의 길에 작은 흔적을 남겼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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