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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니 Sep 13. 2024

남편이 용의자? 먹튀 사건의 전말

책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 저자 이지니가 겪은 일

치킨과 경찰 : 예상치 못한 먹튀 사건의 전말 (feat. 용의자가 된 남편)










** 먹고 튀다(준말: 먹튀) - 먹고 돈을 내지않고 도망가다튀다(사투리) [네이버 국어사전]






지난 일요일, 예배를 마치고 친구 H네 가족과 함께 치킨을 먹으러 갔다. 기분 좋게 불어오는 바람, 맑은 하늘 아래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치킨 향에 들뜬 마음으로 대화를 나눴다. “오늘은 우리가 쏠게!”라는 친구의 한 마디에 나와 남편은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는 치킨을 기대했다.







친구와 나는 함께 카운터에 가서 주문을 했다. "치킨 두 마리, 새우튀김, 감자튀김, 그리고 콜라 두 병이요!" 친구가 활기차게 외치며 결제할 카드를 내밀었다. 직원은 “다 드시고 결제하시면 됩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 말을 듣고 우리는 마음 편히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치킨이 나오자 우리 모두는 그 향에 홀린 듯 먹기 시작했다. 바삭한 튀김 소리가 귀를 즐겁게 했고, 한 입 베어 물자 기름진 육즙이 혀 끝에 스며들었다. 콜라를 한 모금 마시며 우리는 세상 무엇도 부러울 것 없었다. 아이들도 새우튀김을 집어 들고는 행복한 표정으로 먹으며 웃고 떠들었다. 이렇게 포만감에 젖어 시간은 흘러갔다. 치킨 세 마리와 수북한 튀김까지 순식간에 사라지고, 우리는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 후로 4일이 흘렀다. 평온했던 일상이 흐르는 중, 남편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보통 이런 전화는 받지 않는 우리라 남편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전화가 반복되자 결국 남편은 문자를 보냈다.






- 실례지만 어디시죠?







잠시 후, 뜻밖의 답장이 돌아왔다.

- 연수경찰서 수사관입니다.








순간 공기가 굳었다. "경찰서? 우리가 무슨 문제라도 있나?" 나는 남편의 얼굴을 보며 불안한 마음에 속삭였다. 경찰이 더 설명하기 시작했다.







- 혹시 송도 H치킨에서 식사하셨습니까?







우리는 곧바로 그날을 떠올렸다.

- 네, 맞아요. 갔었죠.

남편이 대답했다.







- 그런데 결제가 안 됐습니다.







결제가 안 됐다니? 순식간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순간 카운터에서 "다 드신 후 결제하세요."라는 말이 기억이 났다. 그럼, 우리가 치킨값을 내지 않고 그냥 나왔단 말인가? 갑자기 이 모든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이거 보이스피싱 아니야?" 나는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경찰서라니, 게다가 우리가 주말에 치킨을 먹었던 기억까지 알고 있다니... 뭔가 수상했다. 동시에 2년 전에 본 영화 <보이스피싱>이 떠올라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는 괜히 문자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가 보이스피싱에 휘말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확실하게 하고 싶어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우리 치킨 먹은 날... 그때 결제했지...?"







전화기 너머로 친구의 말이 돌아왔다. "어? 결제? 했지!.... 잠깐만... 아!!!!! 나 깜빡했어!!"







이런!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지만, 우리는 정말로 먹튀한 셈이었다. 치킨집 사장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황당했을 것이다. 두 가족, 총 8명이 와서 두 마리 치킨과 튀김들을 먹고는 말도 없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CCTV를 돌려보며 우리가 빠져나가는 장면을 지켜봤을 사장님의 심정이 어땠을지 생각하니 미안함이 고개를 들었다.







더군다나 사장님은 CCTV로 차량 번호까지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한 듯했다. 연수경찰서가 사건을 접수하고, 우리 남편의 차량 번호를 추적해 연락이 온 거라 예측한다. 그야말로 남편은 용의자가 되어 있었다. 우리는 한동안 웃음과 당혹스러움 속에 빠져 있었다.







"오, 주여... 우리가 먹튀범이 될 줄이야!" 나는 배를 잡고 웃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씁쓸함이 밀려왔다. 이렇게 순식간에 범죄 용의자가 될 수도 있구나 싶어서.







결국 친구가 경찰에 전화해서 상황을 잘 설명했다. 치킨집 사장님께 사과의 말을 전했고, 퇴근 후에 가서 결제를 했단다. 그제야 소동은 마무리될 수 있었다. 치킨 때문에 경찰서까지 갈 뻔한 우리의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이 났지만, 그 순간만큼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일로 남을 것이다.







돌이켜보니, 그날 치킨집 사장님이 받았을 충격이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두 가족이 실컷 먹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 상황에서, 그는 아마도 밤잠을 설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웃음으로 이 일을 기억할 것 같다...





“사장님 놀라셨죠? 저희 일부러 먹튀한 거 아녜요... 하지만 정말 죄송해요. 그리고 친구 부부!! 세상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치킨 사줘서 고마워요~ 추석 지나고는 우리가 쏩니다!”





사건(?) 종료 후 수사관님의 따듯한 메시지








* 글쓰기 분야 베스트셀러 <에세이 글쓰기 수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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