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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니 Oct 10. 2024

"오늘, 뭐가 가장 즐거웠니?"라는 질문에 아이의 대답

<에세이 글쓰기 수업> 저자 이지니가 겪은 일

"오늘, 뭐가 가장 즐거웠니?"라는 질문에 아이의 대답 (feat. 수원 스타필드에 다녀온 후)











아이들과의 하루를 마무리하며 나는 항상 묻는다. "OO야, 오늘 행복했니?" 그러면 아이는 늘 밝게 대답한다. "네, 행복했어요." 그다음에는 늘 같은 질문을 던진다. "어떤 일이 우리 OO를 행복하게 했어?" 대답은 매번 조금씩 다르지만, 아이의 작은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만족감은 변함이 없다. 어제는 특별히 아이들이 처음 가본 수원의 스타필드에서 많은 걸 경험한 날이었다. 수많은 브랜드 매장과 놀이기구,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한 거대한 공간. 비록 만 1세, 만 3세의 아이들이었지만 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모든 것을 즐겼다. 나는 분명 아이들이 기억에 남는 무언가를 찾을 줄 알았다.






"음... 나는 피카츄가 내 앞에 지나갔을 때가 가장 재밌었어요."​




내가 예상했던 대답은 아니었다. 피카츄? 그저 지나가는 피카츄를 본 게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니. 스타필드 안에서는 피카츄와 함께 사진을 찍는 이벤트가 있었지만, 우리는 늦게 도착해 참여하지 못했다. 그저 피카츄 인형 탈을 쓴 '귀여운 피카츄'가 잠깐 큰딸 앞을 스쳐 지나갔을 뿐인데, 그 찰나의 순간이 아이의 마음속에 그렇게 깊게 새겨진 것이다.







순간 깨달았다. 부모로서 우리는 아이들이 비싼 장난감이나 특별한 경험으로 행복해지길 기대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작은 순간에서 큰 기쁨을 느낀다. 비행기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는 것처럼 화려한 경험이 아니라도, 아이에게는 그 순간이 마법처럼 느껴질 수 있다. 물론,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그런 경험도 누려보고 싶지만, 아이들의 행복은 결국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곳에서 피어난다.






문득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그때를 말할 것이다. 만 6세 즈음, 배가 아팠을 때 엄마에게 아프다고 말하자, 엄마는 나를 무릎에 눕히고 이렇게 노래하셨다. "엄마 손은 약손이다. 우리 지니 배 빨리 나아라." 지금까지도 그 순간의 엄마 손길과 목소리가 선명하다. 어쩌면 엄마는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저 평범한 하루 중의 사소한 순간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내게는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따스한 추억으로 남았다.






우리 아이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매일 "오늘 뭐가 가장 즐거웠어?"라는 질문에 예상치 못한 대답을 들을 때마다, 나는 깨닫는다. 어른의 시선에서 큰일로 보이지 않는 작은 순간들이 아이들에게는 세상을 바꾸는 기쁨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작은 찰나에 담긴 행복이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전부일지도 모른다.






작은 순간들이, 어른이 되어도 아이의 마음속에 오래 남아있길 바란다. 부모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가장 행복한 작은 찰나'를 더 많이, 더 자주 선물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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