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니 산문집 <삶을 돌아보는 산문집>
오늘 오전, 온 세상을 덮은 하얀 눈 덕분에(?) 30분이면 닿을 그곳을 한 시간 40분 만에 도착했다. 북 토크가 아닌 생애 첫 강연을 하기 위해서다. 다행히 늦지는 않았다. 전교생 앞에서 강연한 적은 처음이라 500여 명 앞에 서게 될 강당을 보니 다리에 힘이 빠졌다. 입안에 있는 침은 점점 말라 갔다. 다행히 사회자의 능숙한 진행에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호응이 뜨거워 얼마나 고맙던지. 내가 만난 수많은 실패를 나열하며 열변을 토했다. 그중 몇 마디를 적어본다.
“글쓰기는 재능이 있으면 좋겠지만, 노력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해요. 그러나 경험이 없다면 속 빈 강정이죠. 내게 서른다섯 가지의 실패가 없었다면, 지혜와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면 책을 출간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럼, 이 자리에 서 있지도 못했겠죠. 남들보다 실패를 많이 했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주저앉는 게 문제죠. 우리는 오뚝이 정신을 발휘해야 해요. 오늘 전한 이야기가 짧아서 아쉽지만, 여러분 마음에 잘 닿았으면 좋겠어요. 무슨 말인지 전부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훗날, 불현듯 오늘의 말이 뇌리에 스칠 때, 그 기억으로 청춘을 건넌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