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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니 May 11. 2020

꽃이 피는 시기는 다르다

이지니 산문집 <삶을 돌아보는 산문집>




직장 동료였던 중국인 L 양은 나와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다. 늘 밝게 웃으며 최선을 다하던 그녀는 동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많은 업무량 탓에 타국에서의 외로움을 느끼는 것조차 사치였다. 그런 그녀에게 ‘해외 호텔에서 근무하기’라는 꿈이 하나 있었다. 영어 회화도 거의 할 줄 모르는 그녀라 남들의 비웃음 섞인 걱정이 괜한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모르지만, 배우면 되잖아!”

“난 반드시 해외 호텔로 진출하고 말 거야!”     



야무지게 일 잘하기로 소문난 그녀는 계약 연장 제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표를 내밀었다. 그리곤 모은 돈과 퇴직금을 고스란히 꿈에 투자했다. 스위스에 있는 한 호텔 학교에 등록하기 전, 그녀는 먼저 영어 수업을 받았다. 하루 10시간이 넘는 강행군 속에서도 오직 하나의 목표만 바라봤다. 그 결과, 학교에서 정한 영어 점수를 거뜬히 넘기고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호텔 교육으로 유명한 나라인 스위스. 그곳 생활은 그녀를 꿈으로 데려가기 위한 막바지 코스나 다름없었다. SNS로 그녀를 접할 때마다 언제나 그랬듯 밝은 미소로, 긍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다. 교육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의 나이는 서른여섯. 귀국하자마자 승승장구할 줄 알았지만, 해외 취업의 문은 생각보다 굳게 닫혀 열리지 않았다. 또래 친구들은 이미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자, 불안한 마음이 그녀를 감쌌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기다리고 견딘 그녀는, 결국 태국 파타야에 있는 한 호텔에 좋은 조건으로 취직했다. 그날 저녁 나는 누구보다 큰 축복을 보냈고, 그녀는 이 말로 화답했다. “지니야, 나 정말 행복해. 남들보다 조금 느리면 어때, 꽃이 피는 시기는 다르니까. 내 꽃은 지금이 적기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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