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니 산문집 <삶을 돌아보는 산문집>
한 해의 끝자락이 빼꼼히 고개를 내미는 어느 오후, 나의 절친 H 양을 동네 카페에서 만났다. 결혼 전에는 일주일에 서너 번을 볼 만큼 잦은 만남을 가졌는데, 이제는 전화 통화조차 시간을 내야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게 됐다. 아쉬움 가득하지만, 이 또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함을 잘 안다. 여하튼, 그동안의 일들을 나열하기 바쁜 우리였다. 그러던 중 내년부터 시작할 일들에 대해 나눴더니 그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언니를 볼 때마다 느끼지만, 실행을 참 잘하는 것 같아요. 마치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사람처럼요."라고 하는 거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라며 되물었더니, "어떤 일을 할 때 내 생각만큼 잘 안 되면 좌절하고 포기할 텐데, 언니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음 스텝을 생각하고 또 바로 실행하고 있어요. 볼 때마다 신기하고 대단해요."라며 축 늘어진 내 어깨 뽕을 단단히 일으킨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내가 시도한 일만 서른 가지가 넘고, 실패를 내 분신처럼 여겨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겐 시작이 그리 어렵지 않다. 생각보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감사한 것이고, 실패했다면 그 경험이 나를 한 계단 올려줄 것이다. 그로 인해 지혜와 깨달음을 얻었을 테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실행은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그러니 어찌 방구석에만 있을 수 있나.
시도하지 않으면 결과를 알 수 없고, 다음 여정이 보이지 않는다. 고민하고 걱정할 시간에 실패할지라도 움직이는 것. 모든 경험은 자산이 되고, 세상에 하나뿐인 콘텐츠가 되기에 오늘도 나는 한 걸음 움직인다.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