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니 May 07. 2020

무명의 맛을 아는 사람

이지니 산문집 <삶을 돌아보는 산문집>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무명 가수. 그 안에 <미스트롯> 3위의 홍자가 있었다. 데뷔의 기쁨도 잠시, 8년의 무명 생활은 그녀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했다. 하지만 관객이 단 두 명이어도 어디든 달려갔던 그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성대 수술을 했고, 10개월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무명의 터널은 더욱 잔인하고 어둡기만 했다.     


"데뷔는 2012년에 했어요. 그때 <울보야>라는 노래였는데 제목처럼 많이 울었죠. 불러주는 곳이 없어서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었고, 성대에 용종이 생겨 수술까지 했어요. 노래를 못 할 뻔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유명한 가수가 돼야죠."     



‘우려낼 대로 우려낸 깊은 진심의 목소리’라는 타이틀은, 어쩌면 긴 시간 동안 그녀가 만든 고생의 결정체가 아닐까 싶다.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무명 가수를 위해 그녀는 말한다. “제 노래로 위로받고 힘내시길 바랍니다.”      



단시간에 잘 된 사람보다, 짧으면 5년, 길면 몇십 년을 터널 속에 있던 사람. 자기 키보다 더 높은 장애물 허들을 수없이 넘어낸 사람, 이런 사람이 잘 됐을 때, 나는 그와 비슷한 기쁨을 누린다. 그가 무명을 회상할 때면, 내 눈물은 잠그려 해도 틈새를 비집고 나온다. 그냥, 나 같아서. 나를 보는 것 같아서. 그러니 터널 밖 햇빛을 맞이한 그가 얼마나 다행인가. 얼마나 감사한가. 물론 나는 무명의 시간을 즐거이 건너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 맛은 참으로 쓰다.

이전 10화 또 하나의 점을 잇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