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니 산문집 <삶을 돌아보는 산문집>
나는 무대 전(前) 공포증이 있다. 면접이나 공연 등의 날짜가 잡히면 그날까지 심장이 쪼개진다. 그런 일을 앞두고 아무렇지 않은 게 이상할 테지만, 청심환을 입에 넣어도, 떤다. 이런 내가 방송 강의라니 말도 안 된다. (첫 책을 출간한 후 글쓰기 강의를 제안받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하고 싶었다. 부족한 듯해도 마음이 원했다. 완벽한 때라는 건 없지 않은가. 기회가 온 때가 곧 타이밍이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의'라는 두 글자를 떠올릴수록 날뛰는 심장 때문에, 내 안에 가득한 두려움 때문에 나는 할 수가 없었다.
물론, 하지 않아도 된다. 무조건 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안 한다고 해서 글을 못 쓰게 하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앉아서 글만 쓰는 게 능수는 아니잖나. 독자들과 활자 속 만남뿐 아니라, 숨결이 닿아야 좋으니 말이다. 비단 영상 속 만남이라고 해도.
그 후 1년 뒤, 에세이 『아무도 널 탓하지 않아』가 출간됐다. 책이 나오자마자 북 토크를 했고, 연이어 라디오 출연과 중학교 강연을 했다. 기회가 내 앞으로 고개를 내밀 때, 더는 그때처럼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숨고 싶지 않았다. 강연 중 혀가 꼬여 버벅대도, 등줄기에 땀이 맺혀도 난 했다. 나를 찾아온 귀한 기회이고, 이것이 모여 한 뼘 성장할 것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
무엇보다 진짜 이유는, 내가 해보지 않고 어떻게 독자들에게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수 있을까? 말이 안 된다. 고객의 머리카락을 손질한 적도 없으면서 파마는 이렇게 해야 잘 되더라, 말할 수 있을까? 동기부여를 심어주고, 그럼에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려면, 내가 직접 부딪히고 깨지고 넘어져야지. 그 일로 깨달음과 지혜를 얻어야 글에 녹일 수 있으니, 그게 맞다. 아무것도 안 한 채로 그저 글만 쓰는 사람에게 어떻게 좋은 글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건 정말이지 모순이다.
독자들 앞에 서 있는 내 모습이 여전히 어설프지만, 그래서 앞에 나서는 자리가 더없이 부담스럽고 숨고 싶지만, 만나는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행복하고 감사하다. 나의 소명을 위해 반드시 겪어야 하는 일이기에 오늘도 떨림을 가득 안고, 다음 북 토크를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