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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니 May 19. 2020

2017년 1월 7일

이지니 산문집 <삶을 돌아보는 산문집>

  



지니야, 네 길이 그렇게도 좋으니? 눈물과 콧물이 뒤엉킨 채 펑펑 울면서도? 가진 것도 하나 없잖아. 그동안 모은 거 자기계발한다고 몽땅 투자했으니까. 하던 번역 일도 글쓰기에 집중한다고 놓았잖아. 커피 한 잔도 마음 편하게 마시러 못 가는 너를, 내가 모를 줄 아니? 매일 밤잠을 설치며 없던 불면증에, 신경성으로 위까지 다 꼬여버렸지? 그래서 매일 약을 달고 살았잖아.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널 좋아해 주는 남자는 있니? 하…. 진짜 하나도 남은 게 없네, 하나도. 더는 내려갈 데도 없겠다. 그래, 너한테는 진짜 가야 할 길, 가야만 하는 ‘소명’ 하나만 남았구나. 그래서 누구보다 더 절실하겠구나. 간절하겠구나….     



작년 가을부터 하루 10시간 이상을 의자에 앉아 글쓰기에 매달린 거 알아. 무엇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는 너인데, 지구력과 인내력은 분명 너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말인데, 얼마나 절박했으면 그 기록을 기어이 깨고야 말았지.      



그래서, 85군데가 넘는 출판사에 투고는 끝낸 거야? 혹시 말이야. 바로 연락이 없다고 해도 실망하지 마. 반드시 네 글은 계약될 거야. 분명 많은 사람 눈에 읽힐 거야. 눈을 넘어 마음으로 네 글을 담게 될 거야. 지금은 숨 쉬는 것조차 힘겨울 만큼 어두운 터널 안을 지나고 있지만, 반드시 출구는 나오게 되어 있어. 출구와 마주하는 순간 찬란한 빛이 너를 반겨줄 거야.     



그러니, 절대로 포기하지 마. 낙심하지 마. 오히려 지금을 즐겨. 네가 힘들 때마다, 누군가를 위로할 때마다 하는 말 있잖아. “시련의 포장지가 크면 클수록 다가올 축복의 크기도 이와 같다.” 네 말처럼 시련이라 불리는 이 시간이 반드시 축복으로 돌아올 거야. 돈, 직장, 배우자, 건강. 아무것도 없는 지금을 오히려 감사해. 잠시 너를 떠난 이 모든 것에 감사하라고! 지금의 이 환경이 훗날 너를 '그 자리'에 앉혀놓을 테니까.      



 미리 축하한다! 넌 해내게 되어 있어. 누군가에게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니 부정의 생각은 멀리 날려버려. 지니야, 난 널 믿어! 앞선 2년 반의 시간도 잘 건너왔잖아. 그러니 조금만, 정말 조금만 참아. 이제 곧 해가 비칠 테니….     



첫 원고를 투고한 날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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