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니 산문집 <삶을 돌아보는 산문집>
오후 5시, 중요한 일로 오래간만에 외출을 했다. 짧은 볼일을 마치고 옆 건물에 있는 카페에 들렀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난무하는 때에 감기까지 걸려 바깥출입은 꿈도 꾸지 못한 터라 (다행히 감기는 나았다) 마음은 이미 설렘으로 가득했다. 초봄의 바람이 좀 차긴 해도 기분 좋은 추위다. 연유 라테를 한 잔 주문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혼자 공부하는 남학생, 담소를 나누는 두 여자가 눈에 들어온다. 바이러스로 떠들썩한 이 시국에 카페 안은 세상에 미안할 만큼 평온하다.
올해부터 시작된 프리랜서 생활에, 카페에서도 글을 쓰겠다 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달빛마저 잠이 든 깊은 밤. 고요 속에 묻혀 글을 쓰는 일이 잦은 요즘이지만, 카페도 꽤 좋은 장소다. (실제로 두 번째 저서의 70%는 카페에서 작업했다) 사람들의 대화와 노랫소리가 뒤섞인 곳에 나를 둘 때 속도가 빨라진다. 특히 초고를 쓸 때면 종종 카페로 몸을 옮긴다. 탈고는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지만, 초고는 일찍 끝낼수록 좋으니까.
잠시 찾은 이 카페에서 2016년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나의 글쓰기 인생이 스친다. 평생 글을 쓴다 했으니, 이제 겨우, 정말 겨우 4년이 지난 거다. 길 위에 멈추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음에 감사한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