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길의 애정 Jul 11. 2022

살금살금, 길고양이 따라가기

서울 | 길냥이가 사는 어느 곳

 어린 시절 한옥에 살았던 때가 있다. 그 한옥집의 바로 옆은, 그 시절 엄청난 패러디를 양산한 유명 광고에 출연한 한 노인의 집이 있었다. 그 노인의 영업점에서 사용할 멸치 육수를 아침마다 우리는 냄새가 온 동네에 진동을 하는 탓에 늘 주변은 색색의 고양이들이 들끓었다. 한옥집은 지붕에서 나는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큰 진동과 소음이 느껴진다.


 한옥의 기와는 동네 길고양이들의 주 서식지였던 것 같다. 기울어진 지붕 위로 쌓아놓은 기와를 밟을 때마다 톡, 톡, 톡, 톡 하는 소리가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했고, 발정기가 오는 봄과 여름이 되면 기왓장을 뚫고 들어오는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는 털끝을 바짝 세우게 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땅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달팽이를 앞발로 툭툭 치며 장난을 치는 고양이에게 도무지 정이 가지 않았다. 아주 작은 아기 고양이를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세월이 흐르고 가치관과 선호하는 것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고양이는 언젠가는 꼭 함께 공간을 공유하며 시간과 감정도 공유하고픈 대상이 되었다. 지금은 여건이 되지 않을뿐더러 무거운 책임감을 감내할 자신이 없어 집 근처, 동네 어귀에 상주하는 길 고양이를 만나면 눈인사를 하고 가끔은 편의점에서 캔 사료를 사주는 사람이 되었다.


 꼿꼿한 걸음걸이, 다가오기는 하지만 곁을 내주지는 않는 도도함, 귀찮다는 듯 아주 잠시 머물렀던 시선을 거두어 눈을 감고 엎드리는 새침함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얼마 전부터 동네에서 모습을 보이는 아주 귀여운 네 마리의 검은 새끼 고양이들을 보며 하늘을 지붕 삼아, 아스팔트를 요 삼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 작은 생명체의 뒤를 따라가 보고 싶었다.

  비록 이날은 많은 고양이들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치즈 냥이, 삼색 냥이, 턱시도 냥이, 고등어 냥이가 익숙하다는 표정으로 자세를 잘 취해줬다. 최대한 멀리서 최대한으로 줌을 당겨 작은 움직임을 담아본다.


 "안녕, 반가워." 바닥에 쪼그려 앉아 멀리서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본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고양이들이 오늘따라 더 귀여워 보인다. 분홍색 발바닥도, 또렷한 눈망울도, 앞으로 감아놓은 꼬리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귀엽다.

 길고양이들에게도 오늘은 어디서 자야 할까, 오늘은 무엇을 먹어야 할까 생존의 갈림길에  때가 있을 것이다. 어느  예고 없이 찾아든 고난은 살아있음을 원망하겠지만 이유 없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없다고 했다. 끝까지 살아남자. 오늘 힘에 부쳤다고 내일까지 힘들 거라는 확신은 없으니까.


 오늘도 잘 버텼다. 이름 없는 길고양이들도, 나도,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 가는 기분을 내고 싶을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