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호구 잡히지 말아라
속마음을 삼켜 책 잡히지 말아라, 칭찬에 혹하지 말아라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관계가 좋을 때는 괜찮을지 몰라도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나의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 현재진행 중인 비밀은 아니지만,
지금에도 타격을 주려면 줄 수 있는 아픈 비밀이 있다.
이 세상에는 그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몇 존재한다.
내 기준으로는 손에 꼽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정말 내 비밀을 지켜줬을까?
답은 뻔하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게 괜한 말이 아니다.
그 비밀이 현재진행 중일 당시에는 혼자 감당하는 게 힘들었다. 인생의 무게가 온 몸을 짓누르는 기분이었다.
그 당시 내 곁에 마음의 어른이되 준 사람들에게 말했다.
말해버렸다. 굳이 말을 해 버렸다. 나는 안타깝게도 어리석은 짓을 해버렸다.
그 비밀은 순간순간 어두움을 비치는 나를 위한 변호였다. 그 비밀은 이상한 나를 위한 변호였다. "이런 상황과 비밀로 내가 이렇게 피해를 입어 그런 거예요." 내 마음속의 아우성이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치부가 될 말이었다. 먼 미래를 내다봐서도 굳이 말할 필요 없는 나의 아픔이었다.
한 언니에게 내 비밀을 얘기한 적이 있었다. 그 언니는 다정하고 누구든지 포용해 줄 것 같은 사람이었다.
어느 날 다른 지인들과 같이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그 언니가 내게 어쩌다 조언을 해주는데 비밀이 탄로 났다.
"너도 이제는 이런 거에 이렇게 하지 말고 저렇게 해"
그 조언 속에 내 비밀들을 다 담아내 털어냈다.
나는 당황스러웠지만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침묵했다. 그제야 깨닫게 됐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것이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도 저렇게 직간접적으로 다 말하는데
내가 없는 자리에서는 얼마나 더 말하기 쉬웠을까.
그때부터 생각했다. 어떤 사람의 좋은 얘기든지, 나쁜 얘기든지 그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는 하지 말아야지 하고 말이다.
좋은 얘기 하다가도 어떤 얘기가 나올지 모른다.
그리고 먼 미래의 나를 위해서라도 책 잡힐 비밀을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비밀을 얘기한 그 순간부터 내 약점이 하나 더 늘어난다.
또한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비밀을 상대에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욕심이라는 것도 알았다. 내 욕심에 상대에게도 무거운 짐을 지어준 것이다.
내 비밀의 짐을 내려놓기 위한 욕심.
내 비밀의 짐을 다른 사람에게 지게 하고 싶은 욕심.
털어놓지 못할 고민이 있을 때는 차라리 전문 상담가에게 찾아가기를 바란다. 그들 또한 내 얘기를 안 한다는 법은 없지만, 적어도 비밀유지의 의무라는 게 있다.
또한 내가 사는 삶의 범주밖에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들이 내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그 타격감은 내 인생에 무의미하다.
하지만 지금 가까이 있는 나의 사람들, 나의 지인들에게 비밀을 말한다면 약점이 되고 그게 언제 어떻게 인생의 타격을 줄지 미지수다.
그 미지수에 불안감을 떠안고 살지 않도록 비밀은 비밀일기장에 혹은 전문상담가에게 내려놓자.
그 비밀과 관련된 복잡한 감정들을 굳이 주변에 얘기하지 않아도 스스로 몇 줄의 글로 털어만 놔도 해소되기도 하는 걸 느껴보고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
아이야 네 속 마음을 삼켜 책잡히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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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내가 칭찬을 좋아하고 칭찬에 약한 사람인지 몰랐다. 시간이 지나고 뒤돌아보니 나는 칭찬에 약해 호구를 잡히기도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이가 많은 엄마뻘의 간호사 선배와 일할 때였다.
나는 지금 그 사람을 투덜이스머프로 기억하고 있다.
같은 부서의 한 사람, 한 사람을 욕하던 투덜이.
나에게 항상 "착한 OO이, 예쁜 OO이"라고 하기에
나도 그게 좋았는지 칭찬 한마디에 그 사람을 무한신뢰했던 것 같다.
나중에서야 그런 말들 속에 내가 이용당한 걸 알았다.
엄마뻘의 그 간호사는 우리 부서 수간호사와 사이가 나빴다. 새로 온 지 얼마 안 된 수간호사였는데 지적을 많이 했다. 굳이 그렇게 지적해서 할 필요 없다고 느끼는 부분까지 히스테리적인 수간호사이기는 했다.
그 수간호사는 특히 엄마뻘의 간호사, 내게 칭찬을 많이 해 준 그 간호사에게 지적을 많이 했다. 같이 교대로 일하면서 빼먹는 게 많고 이기적인 행동을 한다고 했다.
그럼 그 간호사는 내게 와서 수간호사를 뒷담 했다.
나를 감정쓰레기통으로 삼은 것이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당시에 나는 수간호사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줄곧 하고 있기도 했고, 거기에 더해 그 간호사 얘기에 동요하며 비정상적인 영웅심리가 발동해 그 수간호사와 싸웠다.
결국 나만 이상한 년이 돼버렸고 부서이동을 했다.
부서이동해서는 좋은 수간호사를 만나 잘 지냈지만
뒤가 찜찜했다.
그 엄마뻘되는 간호사, 투덜이 스머프는 부서를 옮긴 나에게도 쉬는 날 전화해 불만불평을 털어놨다. 감정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린 것이었다.
나는 그때 동료라고 생각해서 들어준 것이었는데..
내가 감정쓰레기통인 걸 안 건 한참 후였다.
어느 날 병원과 관련해 수다 떨고 싶어서 투덜이스머프에게 내가 먼저 전화를 했는데 적잖이 당황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내 얘기를 들어주기보다 대충 듣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짧게 끊었다.
다른 동료를 통해 나중에 알고 보니 직장 내에서 투덜이스머프 평판이 안 좋았다고 한다. 나보고 그걸 몰랐냐고 물어보는데,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없었구나 싶었다.
아이야 칭찬에 혹해 호구 잡히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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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람은 언젠가 어떻게든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 값을 치르는 책임을 지게 된다.
구지비 책잡힐 비밀을 말하지 말고
칭찬에 혹하지 말고 살아가자.
그리고 혹여 누군가 나에게 비밀을 말한다면 안 좋은 일 겪은 것을 말한다면 내 가슴속에 고이 묻어두자.
칭찬에 감사하되 겸손함을 잊지 말고
오만함에 취해 살지 않도록 스스로를 경계하자.
아이야 네 앞가림부터나 잘하자.
내 앞가림부터나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