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선주사에서 새로운 출발.

선박 브로커로 2년차가 되니 업무도 익숙해지고, 나를 믿고 일감을 주는 고객들이 생겨 실적도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었다.

회사 분위기도 좋아서 사장님은 한 번도 실적으로 압박을 주신 적도 없으셨고, 베테랑이셨던 사수들은 내가 빨리 일을 차고 나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면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다.


정유사에서 오래 근무하고 나오신 후 선박 브로커회사를 창업하신 사장님 덕분에 주요 화주였던 정유사 담당자들과 빨리 친해질 수 있었고, 국내 메이저 선주사들의 영업 담당자들 과도 호형호제 하는 사이가 될 정도로 친분을 쌓게 되었다.

어느 정도 일이 익숙해지니 몸도 마음도 초반 1년 차보다는 여유도 생기고, 시간적인 여유도 생겼다.

좋은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었기에 회사에 대한 불만은 없었지만, 선박 브로커가 가지는 한계도 느끼기 시작했다.

특히 선주사에서 일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화물 계약 체결 시 선주 측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배를 가지고 있는 선주는 선박을 운항하여 돈을 벌어야 하는데, 선주가 돈을 벌려면 비용 대비 높은 수준의 운임을 화주로부터 받아야 한다.

선박 브로커는 적정 수준의 운임으로 화주와 선주 사이에서 딜을 성사시켜야 하는데, 적정 수준의 운임을 알기 위해서는 선박이 운항할 때 어느 정도의 비용이 소모되는지 알아야 한다.

선박의 운항 비용에는 선주가 선박을 매입하였을 때 드는 금융 비용, 선박을 운항할 때 필요한 연료 비용, 선원비, 선박 관리비, 보험비 등 다양한 비용이 포함된다.

선주사에서 내가 선박을 직접 운항하고 영업을 해봤더라면 선박영업에 있어서 좀 더 심도 깊은 지식을 갖출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선박 브로커 일을 하면서 더 커져갔다.

특히 선박 브로커로 일을 하면서 대형 선주사들의 정보력과 해운 시황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보면서 나도 선주사 영업팀에서 직접 선박을 운항하고, 배를 굴려서 돈을 벌어보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원래 가장 해보고 싶었던 일이 선주사 해외영업 업무였기도 했고, 한 살이라도 어린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이직을 하게 된다.


운이 좋게도 국내 1위 글로벌 선사 영업팀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고, 처음 맡게 된 업무는 석유화학제품선 운항 업무였다.

선박에서 항해사로 근무하던 시절 영업팀에서 선장님께 걸려온 통화를 듣고 선사 영업팀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는데, 꿈꾸던 일을 하게 되어서 너무나 기뻤고 신이 났었다.

선박을 직접 운항하면서 선박운항 경비의 상세 내역들을 파악하게 되었고, 어떻게 선박을 운항해야 경제적으로 경비를 절감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선장님들과 통화할 때마다 지금 이 일을 하는 모습을 꿈꿨던 예전의 내가 생각나면서 혼자 미소 짓기도 하였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영업팀은 국내 선사중에서 선박 영업능력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고, 팀장님과 사수들은 선사 영업팀에서 10년,20년을 근무하신 베테랑 중의 베테랑들이셨다.

최근에는 내가 일등 항해사로 근무하였던 초대형 유조선의 운항 업무를 맡게 되었고, 수소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소운반선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글로벌 선사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하루하루 성장하는 해운맨이 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항해사로 6년, 선박브로커로 2년, 글로벌 선주 영업팀에서 2년 총 10년간 해운맨으로 일하며 느낀 내 경험과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최근 몇 해운회사들이 엄청난 주가 상승을 보이며 전국민의 해운업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는 커졌지만 아직도 해운업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정부에서도 해운업을 국가 주요 산업으로 인식하고 선사 및 조선사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정부와 재계의 지속적인 지원을 통하여 우리나라가 해운강국의 위상을 되찾고, 유능한 젊은 친구들이 앞다투어 해운업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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