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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Mar 03. 2024

부부 동반

지혜로운 수다

대학 동기 '빨래터' 친구들과 부부 동반 점심을 했다. 


어쩌다 보니, 

4 쌍이 다 같이 완전체로 보는 건 10년도 넘었다.


얼마 전부터 수가 된 J가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근사한 양식당 잡았는데

고백 장소로 유명 곳이란다.


약속시간 10분 전 도착했더니

부지런한 H 부부가 먼저 와 앉아 있었다.

우리 부부도 자연스레 그 앞에 자리를 잡았고

이어서 들어온 J와 Y 부부 역시 옆으로 나란히 다.


식사가 나오기 전부터

부부가 '남녀남녀'식으로 앉아서

서로의 궁금했던 근황을 업데이트하기 시작하는데

할 말 많은 아내들끼리 자리배치가 불편했던 모양이다.


그녀들의 제안으로 '남남여여'식으로 바꿔 앉으니

한쪽에서는 아내들의 본격적인 수다가 터졌고

다른 쪽 남편들도 이에 질세라 입이 트였다.


그리고

코스 요리가 다 끝나는 2시간 가까이 동안

상대편에서 어떤 말들이 오가는지 전혀 모른 채

같은 방 다른 손님들이 되어 버렸다.




디저트 주문을 받기 위해 잠시 대화가 중단되서야

J의 아내가 남편들 쪽을 바라보며 한마디 던졌다.


"남편이 집에만 있으니
너무 힘들었어요."


자기는 영역 동물인데

백수가 된 남편이 집에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신경이 쓰여 외출도 편히 못했다 했다.

(J는 좋은 오퍼가 와서 곧 다시 출근 예정이란다)


"제가 운동 가는 3시간만 뭐라 안 하면

남편한테 스트레스 안 받아요."


지방 하나 없어 보이는 Y의 아내가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그 시간은 절대 건들지 말라는 공식적 경고다)


다행히 H와 내 아내의 추가 발언은 없었다.


"내가 삼식이(하루 세 번 다 집에서 식사하는 남편)

안되려고 엄청 노력했는데..."


J가 약간 억울한 듯 말 끝을 흐리자

현명한 H가 한마디로 갈음해 버린다.

(H는 우리 중 가장 먼저 결혼했다)


"밥 해주는 게 귀찮은 게 아니라

집에 있다는 게 그냥 불편하단 거야."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렇지... (아내들의 끄덕임)

그렇군... (남편들의 깨달음)




내 남편,

 아내 짝이


의 아빠,

내 아들의 엄마 조금씩 멀어졌다


자식이 다 크고 은퇴를 하게 되면

각자 영역과 시간을 범하는 시기가 오기 마련이다.


그 전쟁을 빨리 끝내는 방법은 뭘까?

아니 전쟁으로 치닫는 걸 막는 Silver Bullet은 없을까?


결혼 25년 차인 내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은 하나다.


지금부터 평소에 미리미리 연습해 두자.

집안일을 조금씩 나눠 지분을 키워가자.


그리고 서로에 짐이 되지 않도록

이것만큼은 챙기자.


건강.


https://brunch.co.kr/@jsbondkim/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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