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버럭 했다.
최근 구입한 착즙기로 어젯밤 만들어 놓은 당근주스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빈 속에 마시라 했는데
식후 입가심으로 먹다 들켰기 때문이다.
배 속에 들어가면
똑같은 거 아냐?
멋쩍게 웃으며 농담 한마디 던지는 내게
그녀의 싸한 표정이 날아와 꽂힌다.
먹는 순서가 중요해
알지도 못하면서...
내 딴에는 모르고 그냥 툭 던진 말인데
가족 건강을 챙기는 자기의 노력만큼 따라와 주지 않아
속상했던 모양이다.
나이는 벌써 지천명인데,
하늘 같은 아내의 뜻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나는 아직 지처명(知妻命) 철부지인가 보다.
이젠 좀 알겠다 싶으면
당신은 아직 모르는 것이고,
어쩐지 점점 더 모르겠다 싶으면
당신은 좀 알게 된 것이다.
신형철의 <인생의 역사>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