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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Oct 04. 2024

사내 정치를 시작했다

어릴 적

용한 점쟁이 말이

내가 정치가가 될 운이라고 했단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치가란 입에 발린 거짓말로 욕먹는 사람이어서

나는 그 명대로 살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다.


그런 내가 요즘 정치를 시작했다.

직장 내에서.




사내 정치


조직 내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줄을 서거나 세워서

주어진 권한 이상을 행사하는 걸 의미했었다.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학연, 지연 등에 의존해 나 승진을 노리는

'무능한 직장인의 구태'라 여겨 멀리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일 잘하는 건 기본이고

내 일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을 내 편으로 만드는

'사내 정치 = 사내 마케팅'이란 걸 알아버렸다.


아무리  내가 만든 상품이 좋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하나도 팔리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담당 업무가 성과를 내려면

나 혼자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상사, 동료, 부하의 공감과 관련부서 지원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평소

잦은 소통으로 내가 하는 일을 틈틈이 알리고

친밀한 사적 관계를 형성해 두어야 진행이 빠르다.


예전 소통의 방식이

주로 저녁 술자리나 주말 동호회 등이었다면

지금은 전화나 메신저로 얘기하고

점심 먹으며 가끔 얼굴 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이게 다

코로나가 바꾼 긍정적 문화 중 하나다.




사내 정치에 뛰어들고 나서

생긴 습관이 있다.


회사 직원들에 대한 개인정보를 메모하는 것이다.


어디에 살고

자녀는 몇 살이고 이름은 뭔지

좋아하는 음식과 최근 다녀온 여행지까지...


프라이버시를 크게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한 꼼꼼히 휴대폰에 적어 두었다가

점심 약속이 잡히면 한번 쓱 열어 리마인드를 한다.


그리고 점심을 먹으며 질문을 던진다.

 

ㅅㅅ동 집값 좀 올랐나?

아들 ㅇㅇ는 중학교 어디로 가?

나도 ㅁㅁ로 여행 갈까 하는데 맛집 추천해 줘...


이때 절대 일 얘기는 안

대화 중 새롭게 알게 된 정보는 다시 업데이트한다.


정치도 마케팅처럼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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