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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본드형 Oct 18. 2024

불면증이 생겼다

모기가 극성이다.


10월부터 제철 모르고 밤마다 나타나

잠자리에 들어 불을 끄면

게릴라처럼 무섭게 달려드는데

기분 나쁜 그 소리도 그렇고

한방 물렸을 때 그 뻐근하고 가려운 통증이 괴로워

잠을 설치기 일쑤다.




웽~


귓가에 소리가 나면

누운 상태로 일단 손을 허공에 휘둘러

모기를 쫓아보지만 잠깐 뿐이다.


이내 또다시 집요하게 달려드는 놈들을 피해

이불을 푹 뒤집어써 보지만

그 답답함에 잠이 올리가 없다.


침대에서 일어나 불이 껴고

실내 슬리퍼를 한 짝을 집어 들고서는

매의 눈으로 방구석구석 탐색을 시작한다.

다행히 벽지며 커튼이며 침대보 모두 밝은 색이

작은 모기 한 마리도 금방 찾아낸다.


갑자기 켠 불에 당황한 녀석은

숨을 곳을 미쳐 못 찾고 벽이나 천장에 붙어 있다.

고양이 걸음으로 살금살금 다가가

한방의 일격을 가한다.


사살률은 80% 이상.


문제는 하얀 벽지에 남은 압사된 모기와

녀석이 빨아버린 나의 붉은 피가

너무나 선명하다는 거다.


을 섬멸한 장수처럼 의기양양해져

다시 잠을 청해 보지만

이미 몸과 정신은 너무 초롱초롱해진 상태라

꿈나라로 돌아가기엔 늦어 버렸다.


 전투를 몇 번 치르다 보면

어느새 날은 밝아 오고

또 하나의 불면의 가을밤은 퇴근한다.




사실 나는 불면증과 거리가 먼 사람이다.


베개에 머리만 대면

Off 스위치 켜지듯 잠에 빠진다.

저녁에 술까지 거하게 한잔 한 날이면

스르르 기분 좋게 꿈나라로 탐험을 떠난다.


그렇게 깊은 잠에 들면

모기가 달려들어 물든 말든 깰 일이 없으련만


그래서 요즘처럼 잠 못 드는 이유가

꼭 모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그건


나이 탓이거나

충분히 피곤할 만큼

최선을 다해 그날 하루를 살아내지 않은 탓이겠지.


죽을 각오로 매일 살아가는

모기는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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