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미 Apr 21. 2024

취중독서를 하면 기분이 좋그든요

효율적 미식생활 여섯번째, 와인과 함께 하는 독서모임

동네 친구들과 독서 모임을 하기로 했다. 최근엔 마케팅 책, 아니면 소설만 읽고 있었던 터라 좀 강제적으로 다른 책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반가운 제안이었다. 기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회사 내 독서 동아리에 속해 있어서 회사 사람들과 책을 몇 권 읽었는데 꾸준히 이어지지 않아 걱정이었거든. 다들 본인이 고른 책 말고 다른 책을 함께 읽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보다.


독서모임 첫번째 책은 음식평론가 이용재의 '맛있는 소설'. 


다양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음식에 대한 저자의 지식과 개인 경험을 풀어놓은 에세이집이다. 워낙에 음식이 나오는 이야기와 소설, 묘사를 좋아하는데 그건 나 뿐아 아니었는지 많은 친구들의 지지를 얻어 첫번째 독서모임 책으로 선정됐다.



저자 개인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이 많이 투영된 에세이여서 생각보다 진도 빼기는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곳곳에 예전에 본 소설의 내용이 나와서 반가웠다. 특히 무라카미 하루키는 중고등학교때 좋아하던 작가여서 그 부분이 나오자 부쩍 흥미로웠는데, 저자가 무라카미 하루키에 나온 음식들을 분류한 방법도 신기했다. 워낙 책을 많이 쓴 작가라서 분류하기도 쉽지 않았을텐데 나름대로 납득이 가는 구성이었다.


덕분에 책에 나온 '빵가게 재습격'도 읽어보고 이걸 빌리려다가 만화로 그린 '빵가게 재습격'도 보게되어 신선한 충격이었다. 사진의 책은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이 책과 함께 이야기하려고 친구가 가져온 '미식경제학', 그 밑으로는 내가 준비한책들인데 이번 모임 책인'맛있는 소설', 다음 책으로 추천 하려고 가져온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맛있는 소설과' 함께 이야기하려고 가져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빵가게 재습격' 소설판, 만화판. 


특히 이번 모임을 하면서 동네에 있는 주민센터가 도서관도 겸한다는 사실을 알았는데 읽고 싶은 책들이 대부분 도서관에 있어서 책을 준비하기 무척 편했다.



책 이야기를 하기 전 가벼운 웰컴 드링크로 친구가 내어준 파스쿠아 일레븐 미닛 로제. 


포도를 침용하는 시간이 11분이라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연한 핑크빛의 예쁜 색깔을 가진 로제 와인이다. 복숭아 계열의 향에 마시기 쉬운 편한 와인인데 맛도 편하지만 예쁜 패키지 때문에 선물용으로도 유명하다.



친구가 이용재 평론가의 열렬한 팬이어서 '맛있는 소설' 외에도 '한식의 품격'과 '냉면의 품격'을 가져와서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실 책이 에세이다보니 '맛있는 소설'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책에 나온 음식에 대한 이야기나, 새롭게 얻은 지식이나 이용재 평론가의 다른 책을 같이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자가 음식평론가다보니 세세한 단어가 표현을 굉장히 잘 포착하고 파악하는 특성이 있어 그런 부분이 재미있기도 했다.


  


집에서 혼자 책을 읽거나, 독서모임을 할 때는 종종 술을 곁들이게 되는데 이게 굉장히 릴랙스되는 효과가 있다. 책을 읽어도 자신의 감상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적당한 술이 그 기운을 북돋아서 말을 더 잘, 많이 하게 되기도 하고 혼자 있을 때도 예민함이 누그러져 책에 좀 더 잘 집중할 수 있다. 내 경우엔 성격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예민함이 높은 편인데, 과거 '데미안'을 읽을 때 와인을 함께 마셨더니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 난다.


책과 함께 할 땐 맥주보단 와인이나 칵테일이 좀 더 좋은 것 같고... 아무래도 꿀꺽꿀꺽 보다는 한 모금씩 맛보고 다시 책을 읽고 하는 패턴이 좀 더 여유 있고 좋아서 일까?



모임 장소를 내어준 친구가 간식까지 제공해줬다!


껠끄쇼즈의 것으로 기억하는 마카롱과 에끌레어, 까눌레, 그리고 각종 베이커리들. 



책 이야기가 끝나니 새로운 와인을 따고 또 실컷 먹고 마셨다!


테라자스 레제브라 샤도네이와 샤토 생 미셸 컬럼비아 밸리 리슬링. 테라자스 샤도네이는 이름 찍어놔서 잘 기억나는데 리슬링을 사진 보고 검색해서 찾은 것이라 확실하지 않지만 맞을 것 같다... 둘 다 시원한 화이트라 화이트를 사랑하는 나는 더욱 입과 마음이 즐거워졌고요?



심지어 딸기 케이크까지 등장하고 제 맘은 녹아버리고 말았다 이말이에요?


최근에 단 음식을 잘 못 먹었는데 이 날 케이크와 마카롱까지 신들린듯이 먹어치웠다. 딸기 케이크는 왜 이렇게 맛있는 걸까? 원래 제일 좋아하는 케이크는 망우역 근처 팡도리노의 동물성 생크림 딸기 케이크였는데 이 날 먹은 곳도 진짜 맛있었다. 팡도리노 케이크가 집에서 재료를 아낌없이 털어넣어 만든 정성이 느껴지는 케이크라면 이쪽은 좀 더 정제되고 섬세한 맛이 물씬나는 케이크라고 할까? 아무튼 화이트와 아주 잘 어울렸다.



간식을 먹었더니 매운탕에 라면에 레드 와인이 카발란까지 꺼내주는 가정집이 있다? 네 바로 자양동입니다.



책과 로제로 시작한 독서모임은 컵라면과 위스키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아주 생산적이었다!






※. 같은 글을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arundia)에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추운 날엔 따뜻한 차를 마셔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