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같은 아이도 공부할 수 있을까요?』 | 김주현 글, 최미란 그림
글은 참 신기하다. 펜으로 써도 키보드로 쳐도 그 안에 내가 들어간다. 나라는 사람이 펜의 잉크 속에 녹아있는 것처럼 키보드를 두드린 손 끝으로 내가 빨려 들어간 것처럼 내가 쓴 글에는 내가 있다.
SNS에 쓴 짧은 글에도 내가 묻어나는데 나를 푹 담갔다가 꺼낸 책에는 나라는 사람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있지 않을까? 만약 내 책이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았다면 꾹꾹 눌러 담은 나의 진심을 알아본 게 아닐까?
내 책을 읽고 쓴 서평을 읽을 때면 눈물이 핑 돈다. 늘 서평을 쓰는 독자 입장이었는데 반대로 누군가 정성스레 쓴 서평을 읽게 되는 날이 오다니 감동이다. 서평은 읽은 책 이야기지만 독자의 해석과 사유를 담기에 독자의 글이다. 그래서 서평을 읽으면 쓴 사람의 책을 대하는 태도나 삶과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보인다. 작가의 진심을 알아준 독자의 서평은 작가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다. 내 책을 좋은 책이라고 해줘서 감사하다.
조선의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과 그가 각별히 아꼈던 제자 황산(산석)의 이야기를 스승과 제자로 만난 두 사람이 일기 쓰듯이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상상으로 풀어낸 책이 있다. 바로, 만만한 책방에서 펴낸 『저 같은 아이도 공부할 수 있을까요?』이다. 배움에 진심을 다하는 스승과 제자의 대화를 통해 진짜 공부의 의미, 마음과 태도를 자분자분 들려준다. 아이에게 주려고 샀는데 내게도 도움 되었다. 진짜 공부는 평생 스스로 깨우치려 하는 것뿐이라는 정약용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글이란 게 참 신기해서
사람이 보입니다.
아무리 꾸며 짓고,
화려한 표현을 쓴다 해도
가려지고 감춰질 수 없는
마음이 드러나지요.
석이 글에도 석이라는 사람의
깊고 담백한 마음이,
우직한 마음이 드러납니다.
흑산도에 유배 중이던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정약용의 제자 산석의 글을 칭찬한 부분이 오늘 내 마음에 들어왔다. 글이 곧 그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글을 잘 쓰려고 하기보다는 잘 사는 게 먼저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아무리 숨기려 해도 내 글은 거울처럼 나를 비추고 있을 테니 요사이 흐트러진 마음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놔야겠다.
글이 곧 나라면 ㄱ은 나의 머리(생각)요, ㅡ 는 나의 심장(마음)이요, ㄹ은 나의 손과 발(태도) 일 것이다. 나의 생각과 마음과 태도가 곧 나의 삶이고 나의 글이다.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는 같은 고민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내 삶에 온전히 집중해야겠다.
다산은 산석에게 "너 같은 아이라야 공부할 수 있다"라고 했다. 산석은 그 말을 61년간 붙잡고 살았다. 나는 나에게 "너 같은 아이라야 글을 쓸 수 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ON 문장: 글이란 게 참 신기해서 사람이 보입니다.
OWN 문장: ㄱ은 나의 머리(생각)이요, ㅡ 는 나의 심장(마음)이요, ㄹ은 나의 손과 발(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