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가자

『그림책, 널 사랑한 덕분에』 , 조은주

by 착한별

갑자기 갓 지은 쌀밥이 먹고 싶어서 밥을 했다. 몇 달 전부터 저당 밥솥이라는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데 밥을 하고 안쪽 용기를 들면 바깥 용기에 끈적끈적한 당분이 빠져온 걸 볼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저당밥은 밥을 퍼도 주걱에 지 않는다. 밥알은 서로 가까이에 있지만 치대지 않는다. 서로를 뭉개며 하나가 되지 않는다. 함께지만 오롯이 하나의 밥알인 것 같은 자태를 보여준다. 그 밥은 몸속에 들어가서 혈당수치를 올리지 않는다. 식후에 잠이 쏟아지게 하지 않는다. 시대에 맞게 사람의 건강을 지켜주는 모습으로 변화한 밥이다.

저당 밥솥으로 지은 밥을 먹다가 나도 '당분'을 좀 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게 '당분'과 같은 것은 무엇일까? 사랑이 늘 고팠던 아이라서 누군가의 작은 관심에도 금방 마음 전부를 내주는 나, 누군가의 말과 행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 나, 몸이 아플 때까지 스트레스를 디는 나, 나에게 쓰기에도 모자란 에너지를 다른 사람을 위해 쓰는 나... 그런 나를 좀 줄이고 싶다.



첫 책이 나오고 펀딩 할 때 용기 내어 여기저기에 연락을 했었다. 펀딩택배 포장을 하다가 산다고 놓고 사지 않은 사람이 꽤 된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의 관계가 '만 이천 원'도 안 되었나 싶어서 씁쓸했다. 만약 반대의 입장이었으면 나는 사주었을 텐데 그들은 그럴 마음이 아니었던 거다. 조금 서운했지만 그건 그 사람의 마음이니까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번에 시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는 친구와 지인들에게 많이 연락하지 않았다. 아버지든 시아버지든 같은 부모라지만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는 생각에 연락하는 게 망설여졌다. 그래서 몇 명에게만 알리고 카톡 게시물로 올려두었다.

꼭 오지 않아도 부의금을 보내지 않아도 그저 잘 보내드리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건데 톡을 읽고 아무 대답을 하지 않은 몇 명의 친구들을 보며 또다시 생각이 많아졌다. 어쩌면 나는 마지막으로 그들과의 관계를 확인해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생각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내 책을 사주고 시아버님 잘 보내드리라고 와주기도 하고 연락기도 했다. 그런 고마운 관계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최근에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모든 관계를 억지로 끌고 갈 필요도, 끝까지 유지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 들었다. 음이 있다면 그 마음은 꼭 티가 난다는 것도 알았다. 또 한 번 관계를 정리하게 된다. 카톡 목록에서 숨김친구로 내보내는 정도의 소심한 행동이지만 내 눈에 보이지 않게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다.



'너를 지켜줄 사람'
'너를 알아줄 사람'을 찾아
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는 거야.


나의 첫 책에는 <나를 더 좋은 곳으로>라는 제목으로 쓴 글이 있다. 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책 『도망치고, 찾고』 를 읽고 쓴 글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로부터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했 시절이 길었다. 이제 나누군가와 멀어져야 할 때를 안다. 불필요한 관계가 하나둘씩 정리되고 있는 거라면 나를 알아줄 사람을 찾고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가면 된다. '좋은 사람옆에 좋은 사람'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면 내 곁에 좋은 사람들이 있게 될 것이다.

나를 위해 좋은 것을 챙겨 먹고, 불필요한 일에 감정 소비 하지 않고, 나를 위한 에너지가 바닥나지 않게 하고, 내가 마음 편하고 행복할 일을 자주 만들어야겠다. 새로운 좋은 인연이 찾아오도록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ON 문장: 자, 이제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가자
OWN 문장: 새로운 좋은 인연이 찾아오도록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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