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 다짐| 문현식 시
시아버님이 돌아가셨다. 아버님은 작년부터 기력이 없으시고 여기저기 아프셔서 병원 입퇴원을 반복했었다. 이러다가 돌아가시는 건 아니겠지 싶은 불안한 마음이 어느 순간부터 우리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림책 『할머니의 팡도르』에 나오는 검은 그림자 모습의 사신이 미리 와서 아버님의 가야 할 날을 세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여든 넘어 아흔에 가까우신 나이였지만 자식들이 보기엔 늘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은 아버지였다. 장남인 남편은 백세는 당연히 넘겨야지라고 말하곤 했다.
만약에 돌아가신다고 해도 병환이겠거니 했던 예상과 달리 낙상 사고로 돌아가셨다. 응급외상센터 집중 치료실에서 이틀 정도 계시다가 하늘로 가셨다. 응급으로 외상센터에 입원하실 때부터 이미 의사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을 들었던 남편은 며칠을 자다가도 울었다. 삼일을 울고 또 울며 마음의 준비를 어느 정도 해서인지 막상 장례식장에서는 덤덤해 보였다. 하지만 천주교식 미사를 할 때, 대염을 할 때 다시 눈물이 터진 남편은 또 한참을 울었다. 열한 살 아이는 씩씩했다. 울기는 했지만 할아버지가 좋은 곳에 가셨을 거라며 우는 아빠를 자주 토닥여주었다.
어머님은 아버님과 함께 넘어지셔서 다친 상태라서 다른 병원에 입원 중이시다. 아직은 누워만 있어야 해서 아버님 장례식에도 못 오셨다.
아버님을 추모공원에 묻어드리고 오긴 했지만 이대로 우리의 슬픔이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을 뿐 살면서 문득문득 울컥한 순간이 올 것이다. 남편을 먼저 보낸 마음은, 아버지를 잃은 마음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큰 아픔과 슬픔일 것이다.
문현식 동시 중에 『돌담 다짐』 이 있다. 서로 기대어 무게를 나누며 견디고 있는 돌담이지만 무게에 대해 말하지 않으며 서로의 자리에서 잘 버틴다는 내용이다. 지난번에 읽었을 때는 각자의 몫을 해내며 사는 우리네 삶과 닮았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상을 치르면서 돌담이 슬픔에 잠겨있는 우리 가족의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남편을 먼저 보낸 시어머니나 아버지의 죽음이 믿기지 않을 형님과 남편과 서방님이 버티고 있는 무게가 더 크겠지만 나 역시 무게를 감당하며 버티고 있다. 서로의 자리에서 각자 잘 버텨야겠지만 서로 기대어 있다는 것이 위로가 되고 힘이 될 것이다.
돌담이 나오는 일러스트를 찾다 보니 돌담 틈새로 꽃이 피어있는 그림들이 많았다. 그래서 동시 필사 옆에 따라 그려 넣었다. 서로에게 기대어 버티고 있는 돌담들 사이에 핀 꽃들처럼 삶도 그렇다. 힘든 일 사이에 간간히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일들이 있다.
우리는 서로 기대어 돌담처럼 살기도 하지만, 각자의 인생돌담도 쌓으며 산다. 내가 해낸 것들, 내가 만나고 겪은 사람들과 경험들을 쌓은 것이 바로 인생돌담이다. 내 인생돌담에는 꽃도 이끼도 미세한 틈도 있을 것이다.
나의 돌담이면서 우리의 돌담으로도 읽히는 동시를 읽으며 내가 애쓰고 애쓴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 말도 떠올랐다. 인생돌담에도 견디고 버티는 시간이 필요하다.
ON문장 : 서로의 자리에서 잘 버티며 돌담으로 남기로 해요.
OWN 문장: 인생돌담에도 견디고 버티는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