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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라 Feb 22. 2019

#3. 육아, 그 잠깐의 행복


  지금은 예쁜 딸을 낳아 잘 지내고 있으나  딩크족으로 살까를 잠시 고민했던 적이 있다. 결혼 초기, 아내가 아이를 낳는 것을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출산의 고통과 육아, 경제적 이유 등 다양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바로 나 때문이었다.


  자취생활 한 번 없이 외동아들로 자라 온 나는 집안일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었다. 설거지, 빨래는 물론이고 방 청소도 스스로 해본 적 없는 아주 철없는 아드님이었다. 그런 도련님이 독립을 하고 결혼을 하였으니 집안의 청결을 유지하는 건 순전히 아내의 몫이었다.

  물론, 내가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는 나름 열심히 집안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아내의 성에는 차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시 아내는 아이를 낳고 난 뒤가 불 보듯 뻔히 보였다. 도저히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나는 아내를 설득했다. 남자들의 단골 문장인 '내가 잘하겠다', '앞으로 달라지겠다' 등의 이야기를 수 백번 정도 한 뒤에야 겨우 아내의 마음을 조금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설득의 결과물로 3.58Kg의 딸내미가 세상에 태어났다.


  사실 그때는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한 각오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해온 일이라고 쉽게 생각했다.  만일 그때 알았더라면 아내를 설득하는 일에 조금은 덜 적극적이었을지도 모르겠

  그러나 이렇게 힘든 육아임에도 후회하지는 않는다. 왜 아이를 키우는지 알 것 같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문득 치고 들어오는 행복을 느낄 때가 그렇다. 대부분이 힘들지만 문득, 그래 아주 문득 찾아오는 순간의 행복. 아직 돌도 안 된 딸내미의 함박웃음, 그 행복이 너무 치명적이어서 참을 수가 없다.'나의 인생의 목적이 그 잠깐의 웃음을 보기 위한 것이었도다'라고 말하더라도 과장이 아님을 이미 이 세상의 모든 부모님들은 알고 있으리라.


  어찌 됐든 요즘 나는 그 웃음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내가 더 잘할게'라고 약속한 내용을 아마도  잘 지키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나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아내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가 느끼는 '힘든 육아'를 아내는 곱절로 경험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상상하던 것 이상으로 다이나믹하지만 적막한 육아의 세상. 덩그러니 그곳에 놓인 아내이기에 늘 미안하다.


  음, 가방이라도 사줘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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