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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삭 Oct 21. 2022

영상화 계약을 하면 해외 출간이 덤으로 온답니다

글로 먹고살기

저는 소설을 쓰기도 하지만, 중화권 장르 소설이나 웹소설을 우리말로 옮기는 번역 일도 하고 있습니다.     


소설 창작을 우연히 시작했던 것처럼, 저는 문학 번역 일도 어쩌다 보니, 아주 우연히 하게 되었습니다. 중화권 도서만 다루는 모 에이전시가 번체자로 된 장르 소설을 번역할 사람을 찾지 못해 인맥을 총동원했거든요. 그 인맥의 끝자락에 제가 있었던 게지요. 

    

정식으로 번역 일을 하게 된 건 이때부터지만, 사실 그전에도 번역가의 업무를 해본 적이 있답니다. 


바로 도서 검토서 작성이지요.     


10년 전쯤, 모 출판사에 다니던 지인이 판권 구매를 결정해야 하니 제게 도서 검토서를 써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대학원생이었던 저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지요. 책 한 권만 읽고 감상문을 써주면 수십만 원을 버는 거잖아요. (그런데 막상 써보니 감상문이 아니더라고요…)     


이 주 뒤 번역 기획서를 써서 보냈는데, 지인의 상사가 제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 작품이 드라마화가 결정되었다고 적었던데 그게 확실한 거냐고, 적어놓은 배우로 캐스팅된 게 맞냐고 말입니다. 판권 구매에 정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니 확실하게 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중화권 콘텐츠 덕질 N십 년 차였던) 저는 드라마 제작이 확실하다고, 캐스팅도 지금은(!) 그 배우라고 답했습니다. (중국에서는 크랭크인 하기 전까지 캐스팅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출판사는 제 말만 믿고(?) 오퍼를 넣었지만, 결국 판권을 구매하지는 않았습니다. 중국 측에서 부른 가격이 너무 높았거든요. 그런데 몇 년 뒤에 지인에게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그때 제가 검토했던 책을 번역 출간하기로 했다고요. 출간되면 한 권 보내주겠다고도 했지요.     


왜 그제야 판권을 샀냐고요?      


방영된 드라마가 완전 대박을 쳤거든요.


그때 그 작품이 『삼생삼세십리도화』랍니다.          


작가에게 영상화는 (원작 왜곡만 제외한다면) 나쁠 게 하나도 없지요. 영상화 판권료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상영/방영되는 영화/드라마를 통해 원작 홍보도 할 수 있으니까요.      


사실 해외 출간도 마찬가지랍니다.


(글을 쓰는 작가에게는 영상화 판권 계약보다 해외 출간이 더 큰 의미를 지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더라고요…)


출판사 입장에서는 자국 소설을 출간하는 게 외국 소설을 출간하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들거든요. 외국 소설을 출간하려면 번역가도 고용해야 하니 비용이 추가되잖아요.     


대신 출판사는 이 방법을 통해 사업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답니다. 검증된 도서만 구매하면 되니까요. 문학상을 탄 작품이거나, 매출 성적이 뛰어난 작품이거나 혹은 영상화가 확정된 작품으로 말이지요.     


즉 영상화가 확정된 작품은 그렇지 않은 작품보다 해외 출간 가능성도 큰 셈입니다.     


(심지어 어떤 출판사는 드라마 제작 소식과 캐스팅 정보를 확인하더니 작품 내용도 검토하지 않고 바로 한국어 판권을 구매했습니다)     


아직 상영/방영이 되지 않았더라도 영상화 계약을 한 작품은 몸값(?)부터 다르답니다. 판권을 구매한 제작사가 누구인지, 현재 어느 단계까지 진행되었는지, 캐스팅 물망에 오른 배우는 누구인지 등등. 이런 요소 하나하나가 해외 판권료에까지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이제 영상화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으시겠지요…?     


그럼 다음 화부터는 영상화에 적합한 소설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 제가 자주 들어가는 중국 웹소설 사이트 중에 ‘진강문학성’이라는 곳이 있는데요. 그곳에 가면 2차 판권을 계약한 작품의 리스트를 볼 수 있습니다. 오디오 드라마, TV 드라마, 웹드라마, 오디오북, 애니메이션, 웹툰 등 관련 정보가 아주 상세히 적히지요.    

  

(번역가 입장에서는 정말 감사한 정보랍니다. 이렇게 정리된 게 없으면 번역가가 하나하나 검색하거나 인맥을 통해 따로 알아봐야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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