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먹고살기
* 이 글은 여성서사X장르물X사극 조합으로 모 방송국에 드라마 판권을 팔았던 제 경험과 영상화에 특화된 소설 창작에 관한 제 생각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서술한 글입니다.
* 틈틈이 생각나는 대로 쓰는 단상 글입니다.
작년에 모 감독에게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자기가 글을 잘 쓴다고 착각하지 말라고, 판권 계약을 했다기에 읽어보면 제대로 된 원작 소설이 없었다고, 뭐 주워 먹을 것도 없는 글을 제작사는 왜 계약했는지 모르겠다고 말입니다.
제 기를 죽이려고 일부러 했던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저는 그 말을 듣고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기분은 나빴습니다) 일단 그 양반은 제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거든요. 게다가 첫 장편의 프랑스어 판권이 팔렸을 때라 당시 저는 작가로서 자부심이 상당했지요(?). 저 정도 공격은 「아큐정전」의 아큐처럼 자기 합리화를 통한 정신 승리로 쿨하게 넘길 수 있었습니다.
제작비까지 많이 드는 사극이라 영상화 가능성이 없다고 평가되었던 제 첫 장편은 얼마 뒤 부산국제영화제 E-IP 마켓 선정작이 되었고, 모 방송국이 드라마 판권을 사갔습니다. 그런데 영상화 판권을 팔고 차기작을 쓰고 있는 지금에 와서야, 저는 모 감독이 했던 말의 덫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제 글은 주워 먹을 게 많았을까요? 이번에는 (영상화 판권을) 팔았지만, 과연 다음에도 팔 수 있을까요? 영상화하기 좋은 글은 어떤 글일까요? 소설 본연의 맛을 추구하면서 영상화까지 노릴 수는 없는 걸까요? 영상화에 적합한, 이라는 수식어에 매몰된 나머지 소설로서의 재미를 잃게 되는 건 아닐까요?
저는 아직도 덫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절필하기 전까지는 이 구렁텅이(?)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겠지요. 어쩌면 탈출을 포기하고 아예 그 속에서 유영하는 법을 배워야 할 지도요.
이런저런 고민을 하면서 생각했던 부분들을 짤막하게 늘어놓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