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학생들과 영유아발달과 교육이나 영유아교사론, 영유아놀이지도 등의 수업을 통해 만나게 되었을 때 자주 내는 과제가 있다.
'나의 영유아기 놀이'이다.
이 과제를 받아 들고 과제를 제출하기까지 학생들은 부모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으로 흥미롭다.
엄마, 나는 어릴 때 어땠어?
아빠, 나랑 뭐 하고 놀아줬어?
성인이 된 후로 대화가 별로 없던 자녀가 이런 주제로 말을 걸어오면 어떨까? 부모님들은 내심 마음이 흡족하여 어릴 적 모습이 담긴 사진첩을 꺼내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데 이런 부모님의 말을 귀담아듣고 타이핑하거나 손으로 수첩에 적는다. 부모님은 지금까지 자녀에게 들려준 적이 없는 매우 상세한 자녀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주신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부모님 면담을 통해 조사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릴 적 가장 재미있게 즐기던 놀이는 일상생활과 관련이 깊다.
어릴 적에 마당이 있는 집에서 자랐는데요. 더운 여름에 고무 대야에 물을 가득 담아놓고 동생이랑 들락날락하면서 놀았어요. 지금도 그때 찍은 사진이 있는데 바로 이 겁니다. 저와 동생이 고무대야 안에서 활짝 웃고 있어요. 여름부터 날씨가 추워지기 전까지 우리는 계속 이렇게 놀았다고 해요.
(출처: N대학교 1학년 학생A의 발표)
학생이 발표하는 화면에는 귀여운 인상의 발표자의 얼굴을 연상시키는 남매와 물놀이하느라 넘친 물이 마당의 시멘트를 잔뜩 적신 모습이 보인다. 아마도 이 아이들은 첨벙첨벙 놀이를 많이 했구나 싶다. 발표하는 학생의 표정이 그때로 돌아간 듯 아련해지고 때로는 행복으로 가득 찬다.
이 과제를 하기 위해 아버지랑 많은 이야기 나누었어요.
아버지는 제가 저체중으로 태어나서 걱정이 많았다고 합니다. 신장에 염증이 생겨서 돌 지난 후 수술까지 하였는데 수술 후부터 쭉 칭얼거리고 아빠나 가족을 많이 찾았다고 해요. 저는 편식이 심했는데 신기하게도 운동발달은 평균을 유지했고 무엇보다 대답을 적극적으로 우렁차게 잘했다고 합니다. 보행기나 장난감 자동차를 항상 곁에 두고 자주 탔으며 입에 자주 블록을 물고 있었다고 해요. 동내 언니, 오버들과 또래와 잘 어울렸고 잘 웃었고 맑은 아이였다고 해요.
(출처: N대학교 1학년 학생B의 발표)
함께 보여주는 사진에는 젊고 미남인 아빠가 작고 똘똘한 아가는 두 손으로 소중하게 감싸 안은 사진과 점점 자라면서 위풍당당하게 놀잇감을 사용하고 즐기는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유아기 때 이러한 놀이가 학생의 이후 삶에 어떻게 작용하였다고 생각하나요?
아빠와 동생 그리고 저 간의 친밀감이 지금도 매우 높고, 어릴 때 놀잇감 차나 자전거 타기를 많이 한 덕에 차 타는 것을 좋아하고 운전도 즐겨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현재에도 자전거도 잘 타요. 대답을 할 때는 매우 큰 소리로 자신감 있게 하고 사랑을 많이 받아서 잘 웃고 사람들에게 참 맑은 사람이라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어린 때 사랑으로 놀아주고 보살펴주신 아빠와 함께 놀아준 동생이 고맙습니다.
(출처: N대학교 1학년 학생C의 발표)
유난히 큰 목소리의 발표자는 마이크 없이도 강의실 가득 자신의 목소리로 가득 채워 발표한다. 듣고 있는 학생들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난다. 발표가 끝나고 학생들은 발표한 학생에게 궁금한 것을 묻고 그 학생의 대답을 듣고 조금 더 잘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어릴 적 놀이가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연스럽게 공부하게 되고 구성원의 한 사람인 학우들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 구성원 간 긍정적인 관계형이 되는 것이 이 발표의 좋은 점이기도 하다.
한 참 동안 발표를 이어나가는데 이번에 나온 학생의 PPT 자료를 보는데 자신의 영유아기를 나이별로 나누어 발달특성과 즐겨했던 놀이를 도표로 만들었다. 참으로 꼼꼼한 성격의 학생이다. 이 내용을 알아내기 위해 얼마나 구체적인 질문을 부모님께 하고 정리했는지 한눈에 느껴졌다.
0세 때 저입니다. 초음파 사진 보이시지요?(웃음) 이 작은 실루엣이 바로 저입니다. 이것은 한 살 때 모습인데요. 또래 아이들보다 작고 잠이 많았으며 잠을 자면서 자주 뒤척이고 자주 울었다고 합니다. 손가락도 자주 빨았대요. 이건 두 살 때 모습인데요. 받쳐주면 앉을 수 있었고 주로 기어 다녔대요. 손에 닿는 것은 무조건 입에 가져다 넣었다고 합니다. 세 살 때는 V자를 할 줄 알게 되었고 잘 뛰어다녔고 흙놀이와 그림 그리기 놀이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이제부터는 발달 특성과 즐겨했던 놀이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모습은 네 살 때인데요. 잘 뛰어다녔고 낯가림이 아주 심했어요. 본격적으로 모든 벽에 낙서를 하기 시작하였고 호기심이 많아서 궁금한 것은 뭐든 손으로 만져보곤 하였습니다. 다섯 살 때는 또래보다는 숫자나 한글을 잘 못 했다고 해요. 그러나 잡는 힘 하나는 아주 강했대요. 종이에 그림을 그렸는데 무엇을 그렸는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형체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저는 여섯 살이 되면서 낯가림이 조금 사라졌고 동생들과 잘 놀아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편식도 사라졌대요. 소꿉놀이와 그림 그리기를 즐기고 혼자서도 잘 놀았다고 해요.
(출처: N대학교 1학년 학생D의 발표)
어릴 적의 놀이나 경험이 현재의 학생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음... 저는 지금도 호기심이 많아 새로운 것은 꼭 만져보고 냄새를 맡아요. 어릴 적처럼 글이나 낙서하는 것을 좋아해요. 동생들을 잘 챙기고 편식도 없어요. 하지만 어릴 적부터 낯가림이 심한 성향이었어서 지금도 낯선 장소나 사람들에게 낯가림을 보입니다. 하지만 화목하고 행복한 우리 가족을 많이 사랑합니다.
(출처: N대학교 1학년 학생D의 발표)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이다. 교육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교육과정으로 개정되었더라도 교사의 바른 인성과 전문성 그리고 교사 자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학습자를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교육과정을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사 양성과정에서는 그 어떤 교수학습방법론 보다 교사가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중요하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유롭게 놀이하고 따뜻한 관심과 상호작용, 격려를 받고 자란 교사는 자유롭고 허용적인 태도로 학습자가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어릴 적 산과 들을 뛰어다니며 자유롭게 놀며 다소 위험하거나 도전적인 시도들도 해 보았다.
달리는 경운기에서 뛰어내리면 넘어지지 않고 제대로 착지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면 반드시 실험해 보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약간의 타박상과 구경하는 아이들로부터 부끄러움을 느꼈지만 달리는 탈 것에서 뛰어내리면 넘어지지 않고 착지할 수 없다는 것을 몸소 배웠다. 나의 성향이 이러하기에 나는 교사시절 엉뚱한 도전을 하는 개구쟁이들을 사랑했다. 어릴 적 나를 보는 듯했다. 그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이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바깥놀이 시간을 늘려 마음껏 달리고 자유로움 만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너무나 공격적이고 위험한 도전을 즐기는 하늘이(가명)를 아무도 맡지 않겠다고 할 때, 기꺼이 우리 반으로 데려와 정성을 다한 경험도 있다. 그 아이는 문제아가 아니었다. 다만 조금 더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고 다른 아이보다 훨씬 더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을 뿐이다. 나는 이 아이와 친해지기 위해 아이가 좋아하는 야구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스포츠면을 보기 시작했고 던지는 놀이를 교실 안에서도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자신을 인정해 주는 나와 함께 생활한 1년 동안 아이는 전혀 다른 아이가 되었다. 공격적인 성향이 거의 사라졌다. 그리고 놀이에 몰입하였으며 종종 나를 도와주고 싶어 했다.
아이들은 모두 고유한 존재여서 같은 잣대로 이해할 수 없다.
교사도 그렇다.
한 사람 한 사람 어떻게 자랐고 무엇을 즐기고 어떤 강점이 있으며 현재 어떤 상태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사는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며 이러한 것을 확인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학생들의 발표를 통해 들은 자신이 선택하여 주도적으로 놀이한 진짜 놀이는 모두 가정에서 이루어졌던 놀이였다. 그 놀이들은 비싼 놀잇감을 가지고 놀이한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중에 흔하게 접하는 것을 가지고 놀이한 경험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오늘도 아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진짜놀이를 자유롭게 하며 스스로 배워 나간다. 가족과 함께 하는 소소한 일상이 온통 아이들의 배움의 시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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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에도 고요하게 성실하게 쓰고 꾸준히 성장하는 작가가 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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