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세 혜린이 엄마입니다. 학기 중에 담임선생님이 바뀌셨는데 아이가 등원을 거부합니다. 아침마다 전쟁 같아요. 어린이집 현관에서 아침마다 대성통곡하는 아이를 보는 것이 힘이 듭니다. 한 번은 산책을 하고 있는 아이를 보았어요. 친구들과 잘 놀고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이름을 불렀더니 다시 큰소리로 우는 거예요. 제가 못 본체하고 지나갔어야 하는 걸까요?"
"걱정이 많으시겠습니다. 잘 적응해서 어린이집에 다니던 아이가 아침마다 대성통곡한다는 것은 선생님이 바뀐 상황이 아이에게 큰 심리적 어려움을 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전 선생님과 혜린이의 관계는 어땠나요?"
"이전 선생님을 정말 좋아했어요.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도 선생님이 보고 싶다고 말하고 할 정도로요."
"그렇군요. 이 상황을 섬세하게 살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의 정서와 애착, 그리고 어린이집 적응 과정을 모두 고려해야 하니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혜린이의 경우에는 바깥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엄마가 조용히 피하는 것이 아이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그 이유를 아이의 입장에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혜린이 엄마는 눈을 크게 뜨고 나의 말을 경청한다.
"아침에 어렵게 등원한 혜린이 입장에서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다독이며 어린이집 일과에 적응하고 있을 때, 엄마가 지나가다가 인사를 건넬 경우 아이는 안정감보다는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엄마가 왜 나랑 같이 있어주지 않지?' 아침마다 등원 거부가 심한 혜린이의 경우, 엄마를 보는 순간 다시 불안감이 크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겨우 진정되고 적응 중이던 감정이 다시 무너질 수 있어요. '엄마가 여기 있는데 왜 나를 두고 가?'라는 감정이 들면서 다시 울음을 터뜨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아, 그렇군요. 혜린이를 아닌 척하는 것이 애써서 적응 중인 아이를 방해하는 행동이 될 수 있는데 그걸 몰랐어요. 엄마인 제가 조용히 피해 주면 혜린이에게 어떤 도움이 되나요?"
"엄마가 조용히 피해 주면 '어린이집은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곳'이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아이가 새로운 선생님과 친해져야 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혜린이 경우에는 엄마를 보지 않으면 감정이 요동치지 않고, 놀이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감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나는 엄마 없이도 하루를 잘 지낼 수 있다'는 경험이 쌓이면, 점차 어린이집에 대한 거부감도 줄어들고 자립심 형성에 도움이 됩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