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펄펄 하염없이 내린다.
서울 마포구 독막로의 언덕. 노란 불빛이 새어 나오는 카페에 나는 앉아 있다. 통창 앞에 놓인 자리가 비어있어 나는 그 창으로 밖을 마음껏 바라 볼 수 있다.
눈 나리는 모습을 바라보니 슬그머니 온몸의 긴장이 사라지고 온통 눈에 집중하게 된다. 음료를 마시던 엄마와 딸이 눈 쌓이는 속도를 보더니 카페에 더 있어도 될지, 가야하는지 의논한다.
카페 안에는 다정한 젊은 커플이 달달한 대화를 이어가고 나는 방금 일을 마치고 노곤한 몸을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초코스콘으로 녹인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공간을 즐긴다.
창밖을 본다. 모자를 꼭 여미고 외투의 지퍼를 올린 사람들이 언덕을 조심조심 오르거나 내려간다. 똑같은 동네지만 눈이 내리는 골목길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퇴근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니 싱글벙글 표정도 밝다. 학원에 다녀오는 학생,도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린 직장인도 이 작은 카페문을 열고 들어와 커피 한 잔과 디저트 하나씩을 골라 포장해 간다. 이 동네의 단골카페, 참새방앗간인 모양이다.
여기서도 두바이 쫀득 쿠키는 인기가 많은지 진작에 다 팔려 품절 안내문이 카페문에 붙어있다.
노란 불빛이 따뜻한 작은 카페에서 나는 글을 쓰다가 함박눈 내리는 창밖을 본다. 눈이 하염없이 내린다.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숨소리도 죽이고 보는 함박눈. 세상이 고요하고 아름답다.
어릴 적 겨울방학이면 하염없이 내리던 눈. 끝 모르고 쌓이고 쌓여 우리들 허리춤까지 올라오는 날도 있었다. 살구나무 아래로는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었고 나는 방학숙제를 일찍이 몰아서 다 해버리고 겨울 내내 연을 날리거나 이글루를 만들며 놀았다. 일주일 정도면 웬만한 과제들을 다 할 수 있었고 일기만은 날마다 하루도 밀리지 않고 썼다. 그냥 쓰는 게 재미있었다. 별것도 아닌 이야기를 시시콜콜 실감 나게 쓰려고 썼다 지우고 또 썼다 지웠다. 필요하면 그림도 그려 넣었다. 방학이 지나고 나면 무언가 나의 경험과 생각, 감성충만한 감상이 그 안에 그득해져서 무언지 모르는 뿌듯함에 혼자 웃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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