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EE 수 Feb 23. 2019

사랑이 쿨할 수 있나요?

“연락 늦게 해도 괜찮아”

”사귀더라도 개인 시간은 충분히 가지고 싶어”

“퇴근하고 집에 오면 카톡 안 하고 그냥 쉬고 싶어”



어쩌면 쿨하다는 것은 내가 그 사람을 그만큼 사랑하지 않아서 일 거다. 그 사람에게 아무렇지 않게 하는 내 성의 없는 행동들의 반의 반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혹은 관심이 있는 사람이 나에게 한다면 나는 못 견딜 거다.


연락이 중요하지 않은 척, 약속이 잦지 않아도 괜찮은 척, 개인 시간이 많아도 괜찮은 척, 작은 것에 쿨하게 반응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진짜 쿨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서.




연락이 조금만 늦어지고 내 말에 반응이 조금만 없어도, 잔다는 말도 없이 잠이 들거나 퇴근을 한다는 말을 하지 않아 무작정 기다리기만 할 때는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다. 카톡 답을 보낸 지 30분은 된 것 같은데, 고작 흐른 시간이 3분일 때의 그 갑갑하고 막막함. 세상이 흔들리고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에 핸드폰에서 손을 뗄 수도 없는 그 처절한 기다림.


나는 사실 이런 감정을 싫어한다. 그리고 그 끝이 언제나 상처일 것을 안다. 그리서 나는 이러한 쿨하지 않아지는 무거운 감정이 버겁고 싫다. 이런 감정을 소비하고 싶지 않아서 처음부터 감정을 키우지 않는 회피형 인간. 찌질해지는 내 모습을 마주하는 것도, 상처를 받는 것도 두려운 전혀 쿨하지 못한 인간이라.



작가의 이전글 부산에서 마케터로 살아온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