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0여 년 전에 중국 하얼빈으로 유학의 길에 올랐다. 중국은 한국과 반대로 9월이 첫 학기라 8월 말에 중국 하얼빈으로 향했다. 8월은 한국은 초절정의 더운 날씨이지만, 하얼빈은 꽤나 선선했다. 이때까진 몰랐다. 극강의 추위를 경험하게 될 줄은 말이다. 중국에서 생활한 지 약 1달여 즈음이 지났을까. 기온이 점점 떨어지더니, 12월 무렵에는 영하 25도까지 떨어졌더랬다. 양말을 5겹이상은 족히 신어야만 동상을 피할 수 있었고, 얇은 내복부터 차곡차곡 여러 겹을 껴입어 중무장을 해야만 외출을 할 수 있었기에 외출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만 1시간은 걸렸다. 하얼빈의 겨울은 1년 중 약 7개월 이상이기에 거의 일 년 내내 겨울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당시는 모든 게 즐거웠다. 떠올려보니 좋았던 추억만 생각이 나는 것일 수도 있겠고, 멋모르고 하얼빈으로 향했던 것이 경험해 보기 쉽지 않은 추위를 느끼게 해 주었으니 한편으론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한다.
그렇게 10여 년이 흐르고 지금의 나는 학교에 어엿한 교사로 일을 하고 있다. 꿈에도 몰랐다. 내가 교단에서 중국어를 가르치게 될 줄은 말이다. 짧디 짧은 2년간의 교직생활을 해보니 교사에게 겨울은 곧 이별이라 말할 수 있다. 1년간 많은 정을 쌓았던 아이들과 이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3학년은 이제 어엿한 대학생이 될 준비를 하고, 2학년은 학업에 완전히 매진해야 할 3학년이 될 준비를 한다. 이렇게 이별이 다가오고 있는 걸 체감할 때쯤이면 늘 강한 추위로 괜히 마음까지 시큰거린다.
한편으론 겨울이 다가오는 게 슬프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다가올 봄에는 또 어떤 아이들과 어떻게 행복한 추억을 만들까 나름의 즐거운 상상을 하니 말이다. 또 반대로 다가오는 봄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괜스레 걱정으로 눈앞을 가리기도 한다. 아이들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나의 성장도 중요한데 어떻게 또 성장을 해나가야 할지 계획을 세우기에 급급하면서도, 막상 계획을 세우려니 무리한 계획들인 것 같아 또 금세 포기하기도 한다.
나와 한 해동안 잘 지냈는지, 나의 마음을 잘 어루 만주 었는지, 나의 성장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뒤돌아보기도 하고, 아이들과 1년간 잘 지냈는지, 얼마나 아이들의 성장을 잘 도모시켰는지, 교사로서의 제 역할은 다했는지 항상 겨울이 되면 여럿 생각들에 휩싸여 아쉬움만 남는다. 이런 생각을 잠시 뒤로 미룰 수 있는 한 해의 중간은 여름과 가을은 심적으로 참 편안하다. 이런 고민들로부터 잠깐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언제까지 회피만 할 수 없으니 이런 추위가 또 내가 발을 담고 있는 곳에서 더 성장할 수 있게 하겠지.
아, 겨울은 참 싫기도 좋기도 두렵기도 반갑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