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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 《 더 디그 》

드라마 , 영국 / 감독 - 시몬 스톤 / 112분

by 신미영 sopia

<더 디그>는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2월에 공개되었다. 영국의 (존 프레 스텐)의 소설로 고분 발굴을 토대로 한 실화이다. 배경은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이다. 영국 동남부 지역의 서퍽(Suffolk) 서튼 후(Sutton Hoo) 지역의 넓은 영토를 가진 미망인 이디스 프리티(배역-케리 멀리건)는 마을 근처 둔덕을 파헤치기 위해 박물관에 문의했다. 그러나 전쟁이 임박해 발굴을 어렵다고 해서 수소문해 배질 브라운( 배역- 레이프 파인스)을 불러 조사해 보기로 한 것이다. 브라운은 까다롭고 이단아 기질이 있는 데다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했다. 삽을 들 때부터 현장에서 일했다고 한다. 프리티도 어릴 때부터 고고학에 관심을 가졌다. 살던 곳이 시토회 수도원 터였는데 아버지를 도와서 발굴했다.


현장 가서 보던 배질 브라운은 봉분이 꺼져 있고 흙은 단단하며, 토굴꾼들이 갱을 팠던 것으로 추정했다. 브라운은 자신이 요구하는 보수와 맞지 않아 돌아가려다 조건을 맞춰주자 아랑곳하지 않고 일들을 해나갔다. 리드모어는 새 큐레이터와 함께 왔다. 땅을 파서 나온 나무 조각을 들다가 깨지고 말았는데 시기를 잘못짚었음을 시인했다. 프리티는 군인이었던 남편 묘지에 꽃을 놓고 돌아왔다. 자주 가슴이 아파서 병원에 갔고 위산이 과하게 분비돼 결론은 걱정하지 않는 법을 익히는 거라고 했다. 프리티는 밤마다 책을 읽는다. 브라운은 매일 메이 아내에게 편지가 오고 일기를 쓴다. 유물이 나오면 매장물 조사를 꼭 거친다. 그건 망자에게 몇 세기 동안 묻혀 있든 간에 예의를 갖추는 거라고 했다.


그러다 작업하던 브라운이 흙이 무너져 내려 묻히는 사건이 일어난다. 사람들이 달려들어 흙을 파냈고 프리티 부인이 인공호흡까지 했다. 정신이 돌아온 후 브라운은 뭔가 떠올랐다고 했다. 잘못짚은 걸 확신했으며 다시 파보기로 한다. 세 사람은 힘을 모아 둔덕을 파기 시작했다. 프리티 부인은 체셔에서 이곳에 온지는 12년 됐고 대령을 만나서 결혼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했으며 런던 대학을 졸업하는 등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다. 17살부터 매년 대령에게 청혼을 받았으나 13년간 아버지를 모시다 돌아가신 후에 둘은 결혼했다. 그러나 로버트를 낳고 위암으로 대령이 세상을 떠나버렸다. 그런 아이에게 브라운은 밤에 망원경을 보여주고 끊임없는 질문에 눈높이를 맞춰 대답해준다.

프리티 부인과 발굴가 브라운


브라운은 책을 자전거에 많이 싣고 왔다. 노르웨이어로 된 책들도 있다. 라틴어부터 지질학까지 온갖 것을 공부하고 있다. 천문 지도와 차트를 읽는 법에 관한 책도 썼다. 12살 때 학교를 그만둔 탓에 늘 공부에 목말라 있었기 때문이다. 프리티가 브라운에게 식사를 같이 하자는 제안을 했으나 메이 부인이 갑자기 오는 바람에 취소됐다. 프리티도 상당히 기대를 건듯 했지만 아쉽게 불발되었다. 이때 브라운과 프리티의 식사 만남이 제대로 성사가 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메이 부인은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입스 위치 박물관에 발굴 물건을 뺏기지 말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브라운은 뚝심이 있고 책임감이 강했다.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침을 뱉었다. 밤에 비가 쏟아지자 둔덕으로 달려가 물을 퍼내고 방수포로 덮어서 화를 모면했다. 프리티는 다시 런던 병원을 찾았다. 어릴 적 앓은 류머티즘 열로 심장판 판막이 손상된 기저질환이 있어 강도가 갈수록 심할 거라고 했다. 손쓸 방법이 없는 게 마음 아프다.

며칠 후 고고학자 찰스 필립스 일행이 왔다. 국익이 달려 있기 때문에 대영박물관에서 작업을 지휘할 거라고 했다. 지방 박물관이 급히 꾸린 팀에게 중대한 일을 맡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브라운은 반발했고 배에서 묘실을 발견한 일을 전한다. 프리티도 사업부 지시에 따라서 현장 지휘권을 넘겨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로버트가 아저씨를 불렀지만 브라운은 집으로 돌아갔다. 로버트는 자전거를 타고 위험한 찻길을 달려 브라운 아저씨 댁을 찾아갔다. 브라운은 캠브리지 연구원은 아니지만 자신이 배를 찾아냈고 그 땅에 뭐가 묻혔는지 알아냈지만 그 누구도 기억해 주지 않을 거라고 했다. 메이 부인은 모르는 거라고 하면서 대신 현장에 끝까지 남아야 기억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부인이 이야기하자 그도 수긍했다. 브라운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 땅을 파는 이유는 전쟁보다 오래갈 가치 있는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발굴은 과거나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일이라고 했잖아

후대에 그들의 뿌리를 알려주는 일이니까

후대와 선대를 잇는 일이라고 입이 닳도록 얘기하지 않았어?

온 나라가 전쟁 준비로 바쁜데 왜 당신들은 흙에서 뒹구는데?

다 의미가 있어서잖아. 곧 시작될 전쟁보다 더 길이 남을 일이니까


아저씨가 우주를 보여주기로 약속을 했다면서 로버트가 찾아왔다. 프리티에게 전화했고 데리러 왔다.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며 달려왔고 로버트는 잘못했다고 했다. 이런 일로 인해 브라운은 다시 둔덕 묘에 오게 된다. 현 발굴팀에게 메모한 것을 전해 주었고, 묘실이 잘 남아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비행기가 날아다니자 곧 전쟁이 시작될 것 같다는 뉴스가 나오는 불안한 상황이 계속된다. 그러면 모든 발굴작업이 중단될 것이다. 배는 가까스로 존재하기 때문에 상당히 취약하다. 그래서 날씬한 폐기도 함께 하게 되었다. 로버트에게 별자리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전쟁은 언제 터질지 모르고 일은 빨리 진행돼야 해서 브라운 적극 투입하자고 하지만 책임자는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꺼려한다. 그러나 프리티의 조언을 듣고 바로 브라운도 합류하게 되었다.

묘실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물건들이 쏟아져 나와서 감격한다. 금화가 발견됐는데 암흑시대였던 앵글로색슨족의 6세기의 유물들이었다. 투구, 철검, 금제 벨트, 많은 동전 등 왕실 무덤과 유물로 밝혀졌다. 그동안 이 시기를 뒷받침해 줄 여러 고증 자료들이 부족하였다. 그래서 야만적인 전사 시대로 영국의 침체기와 암흑기라고 돼 있었지만 모든 걸 바꿔 놓을 거라고 했다. 이들은 단순히 약탈하고 물물교환을 한 게 아니었다. 문화와 예술이 있었고 화폐가 있었다고 소리치며 흥분한다. 메로빙거 왕조의 금화도 나왔다.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진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 유적 발굴이었다. 모리는 사진으로 기록물을 남겼다. 고고학이란 그런 것이었다. 다음 세대들에게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고, 그들의 조상들과 연결시켜 주는 직업이었다. 그리고 모든 인간의 삶이 연결되어 있는 미래를 위한 학문임을 상기시켜 주었다.


유물들을 캐낸 책임자는 대영박물관으로 이동을 시키려 했다. 프리티는 조사관이 검토한 후에 어디에 둘지 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전까지는 브라운 씨가 최초 발견했으니 부장품을 집안으로 옮겨 침대 밑에 보관했다. 배 발굴이 꽤나 화젯거리가 되었다. 조사가 끝나고 와서 보라고 지인들을 초대했다. 그러던 중 부근에 비행기가 추락하게 된다. 프리티의 사촌 모리가 뛰어들었고 물속에 빠진 비행기에서 조종사를 구했다. 당시 아들이 죽기를 바라면 공군에 입대시키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프리티는 몸이 악화되어 점점 힘들어했다. 로버트가 엄마의 아픈 소리를 들었고 모습을 보게 된다. 슬픔에 바깥으로 뛰쳐나가다 브라운과 부딪친다. 로버트는 아픈 어머니를 낫게 해 드려야 하는데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브라운은 아들 때문에 좋아지는 거라고 위로했다. 어머니를 돌봐야 했는데 실패했다고 거듭 말하는 로버트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 주자고 했다.


모두 실패한단다, 매일 실패하지......

절대 해낼 수 없는 일들이 있거든~아무리 노력해도 말이야,

듣고 싶은 말은 아니겠지......


독일이 폴란드의 여러 마을을 폭격했다. 해군, 육군, 공군을 대상으로 동원령이 선포되었다. 사촌 로리는 공군기지에 자원했다. 전쟁이 시작됐고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는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취재 열기가 뜨겁다. 프리티 부인은 사람들을 모아 축하파티를 열었다. 이곳에서 유물들이 출토되어 온 나라가 들썩였다. 프리티는 배의 한 묘실에서 오크로 제작된 배 무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보물이라고 덧붙였다. 약 27미터에 달하는 배가 동에서 서로 묻혀 있었던 것이다. 배질 브라운이 발견하고 발굴했다고 소개했다. 두 박물관에서 서로 유치하려고 신경전이다. 메이는 남편을 언급해 준 것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브라운은 현장보존을 위해 일주일 더 머물기로 한다. 발굴하던 곳은 굵은 삼베로 선체를 덮고 그 위에 나뭇가지를 겹겹이 쌓을 것이다. 그래서 흙 무게가 내려앉지 않게 할 것이다. 파냈던 흙으로 다시 덮는다. 처음 봤을 때처럼 만들어 놓겠다고 했다.

목적지는 오리온의 허리띠이다. 왕비를 고향으로 모시는 거라고 했다. 긴 항해를 한다고 백성들이 보물을 잔뜩 실어 주었다고 한다. 배가 도착했을 때 왕비는 슬퍼했다. 모두를 두고 떠나는 길이라는 걸 알았다. 왕비는 걱정했다. 남겨진 사람들이 잘 지내지 못할까 봐서다. 하기만 왕비는 왕을 따라서 하늘로 가야만 한다. 그래서 배를 타고 떠나게 된다. 지구를 지나 우주로 떠났다. 우주의 시간은 다르게 흐르기 때문에 500년도 순식간에 지나간다. 왕비가 지구를 내려다보니 왕비의 아들은 우주 비행사가 되어 있었다. 아들이 첫 우주여행을 하는 날 다시 만나게 되리라는 걸 알았다.


영화의 끝 부분에는 퍼낸 흙을 덮기 전에 위에 이불을 깔고 로버트가 엄마와 함께 우주여행을 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둔덕에서 발견한 배와 가족과 연결시켜서 로버트의 시각에 맞추어 스토리를 구성했다는 생각이 든다. 왕비는 죽음을 앞둔 엄마이고 아들은 로버트에 비유해서 말이다. 이렇게 프리티의 죽음과 아들의 성장을 통해 함께 하는 것으로 동화처럼 아름답게 묘사하였다. 프리티는 부장품은 대영박물관에 기증하겠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둬야 한다는 것이다. 브라운의 업적을 꼭 인정해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고 전했다. 브라운도 사실 그것이면 족했다. 영국은 독일과 전쟁을 시작했다. 압박과 긴장이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도 국가를 위해 동참해 달라는 담화문이 발표되었다. 서턴 후의 부장품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런던 지하철역에 안전하게 보관되었다. 미망인 이디스가 세상을 떠나고 9년 후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배질 브라운의 이름은 당시 언급되지 않았고 배질이 고고학계에 크게 이바지했음은 최근에서야 인정되었다. 오늘날에는 대영 박물관의 상시 전시관에 배질과 이디스의 이름이 나란히 쓰여 있다고 전한다.

로리와 페기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이기는 해도 영화의 생동감이나 감동을 위해 추가된 내용들이 있다고 한다. 2차 세계 대전이 임박했던 시기라서 공군에 참전하는 가상인물 로리를 넣었다고 한다. 그리고 대영 박물관 소속의 페기가 이혼하고 후에 로리가 가세하면서 둘의 러브라인을 설정했던 것도 영화의 극적인 묘미를 위해 픽션이 가해진 것이라는 후문이다. 고고학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다른 시선을 갖게 되었다. 왜 그토록 사람들이 유물에 대해 관심을 갖고 캐내려고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미망인의 삶의 태도에 대해서도 아주 보기 좋은 점을 발견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을 도와준 사람의 은혜를 저버리지 않는 일과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을 때, 그것에 대해 애쓴 사람을 들춰 돋보이게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배우지 못했지만 평생을 고고학의 발전에 공을 들인 브라운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영화에는 명대사들이 많이 나온다. 소설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적으로 영화를 접하면 많은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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