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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Dec 19. 2023

 특별함 : 결혼 40주년 여행과 의미

12월 11일~12일

올 해로 혼인한 지 40주년이 되었다. 1983년 복학을 앞두었던 학생과 12월 11일 결혼식을 올렸다. 그날은 눈이 펑펑 내렸다. 세월을 뚝 잘라 버려도 될 만큼 어제의 일처럼 선명하게 기억된다. 남해 여수로 2박 3일 여행을 가려고 했으나 큰 딸이 서울 신라 호텔 스위트 룸을 예약해 주었다. 12월 11일 예약해 둔 일정이 있어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7시에 출발했다. 사고로 정체되었던 도로는 천안을 벗어나 달리는 듯했지만 안성부터 다시 정체되고 서울 도착 후에도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우린 11시가 돼서야 청와대 사랑채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작년 5월 청와대를 개방했을 때 한번 가봐야지 하면서 미루었었다. 월요일 평일이고 비와 바람도 부는데 예상보다 관람객이 많았다. 청와대는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 2022년 5월 9일까지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로 사용되었다. 그동안 많은 대통령이 청와대에 머물다 가셨고 많은 외빈들이 다녀간 곳이기도 하다.  


청와대 개방은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집무실로 이전하면서 국민에게 전면 개방하여 누구나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접견 시에 사용되었던 본관을 비롯해 대통령과 가족들이 사용했던 관저가 있다. 그리고 야외 행사를 주로 했던 녹지원, 우리나라 전통 가옥으로 소규모 행사장이었던 상춘재, 서양 전통건축 요소와 전통 문양을 활용하여 한국적 분위기로 손님을 맞이한다는 영빈관도 있다. 이밖에 춘주관, 침류각, 오운정, 석조여래 좌상등이 있는데 밖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상당히 넓고 북한산이 감싸고 있어 서울 속에 독립된 궁전 같았다. 청와대는 현재 본관 내부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낡고 훼손된 부분들을 순차적으로 제작, 배치하여 현실에 맞게 복원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TV를 통해 익숙한 장소 중앙에서 사진을 찍고 영부인 접견실도 가보았다. 청와대 곳곳에 시설들을 관람하며 사진도 찍었다. 곳곳을 걸어 다니고 흩어져 있는 건물들을 관람하니 한 시간이 훌쩍 넘었다. 관람 후 청와대 게시판에 즉석 리뷰를 올리고 마그넷을 받았다.  

점심식사 - 명동 칼국수

점심은 명동성당에 주차하고 '무얼 먹을까?' 하다가 비도 오고 따끈한 국물이 생각나 유명한 명동칼국수를 가기로 했다. 칼국수, 비빔국수, 만두를 주문하니 바로 식사가 나왔다. 만두도 맛있고 비빔국수도 입맛에 잘 맞았다. 기다리는 분들이 있어 식사 후 바로 일어섰다. 2시에는 신라 호텔에 check in 했다. 짐을 룸에 가져다 놓고 1층으로 내려와 호텔을 둘러보았다. 오늘은 비가 오고 날씨도 좋지 않아서 실내 수영장만 가능하다. 3층을 통해 5층 실내 수영장으로 갔다.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안전요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유롭게 수영을 하였다. 계단으로 올라가니 온천처럼 42도 따뜻한 물도 있어서 좋았다. 편안한 매트에 누웠더니 스르르 잠이 올 것 같다. 그리고 수영장으로 내려와 킥판을 갖고 왕복으로 다녔다. 수영을 하고 5시쯤 청계천을 가기 위해 택시를 타고 갔다. 청계천 야경도 보고 서울 중심도 다녀 볼 예정이다. 종로에서 저녁식사로 고기를 먹기로 했다. 사거리 넓은 소고기집으로 들어갔다. 세트 메뉴를 시켰는데 맛과 서비스도 좋았다.

청계천과 신세계 백화점 야경

청계천은 비 때문에 우산을 쓰고 거리를 걸으며 사진을 찍었다. 택시 기사가 신세계 백화점 벽면 영상 트리를 멋지게 해 놓았다고 했다. 건물 외벽으로 동영상이 멋지게 연출되어 감상했다.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 산타 즉석사진 이벤트도 있어 사진을 찍었다. 추억이 사진에 저장될 것이다. 4층에 화려한 트리 장식이 있어 직원에게 부탁해 사진을 찍고 내려와 카카오 택시를 호출했다. 그러나 택시가 연결이 안 돼서 회현역에서 전철을 타기로 했다. 중간에 한번 갈아탔고 호텔부근에서 내렸다. 맥주를 사서 호텔로 갔다. 둘째 딸이 준 와인이 있어 치킨과 칠링 바스켓을 시켰더니 직원이 탁자에 세팅해 주었다. 확실히 친절하고 서비스가 좋다. 치킨과 와인이 잘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우리는 분위기를 잡고 와인을 따랐다. 그때 남편이 결혼기념일에 주려고 쓴 편지가 있다면서 읽어 주었다.

사랑 고백 편지와 호텔 룸 서비스

사랑하는 당신께~

저희 부부가 40년을 잘 살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고 보살펴 주심에 찬미와 감사와 영광을 드립니다. 여보! 혼인 4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많이 부족한 남편을 믿고 살아온 당신 고맙습니다. 강산이 네 번 바뀔 수 있는 긴 세월을 무탈하게 큰 기복 없이 살 수 있었던 것은 속이 깊고 지혜로운 당신 덕분입니다. 나는 당신을 만난 것이 큰 행운이고 축복입니다. 당신과 살아온 40년 너무나 행복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아직도 당신과 하루라도 헤어졌다 만나면 반갑고 설레고 당신의 향기가 좋습니다. 여보! 우리가 살아온 40년 세월도 게눈 감춘듯한 느낌인 걸 보면, 행복하기에도 인생이 너무 짧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앞으로 남은 우리 인생 봄 볕 같이 따사로운 사랑과 행복의 봄 날로 만들어 갑시다. 여보! 고마워요, 사랑합니다.


'I love you forever'는 남편이 결혼하기 전에 그리고 생일이나 결혼일 때마다 들려준 문구이다. 여전히 사랑하고 살뜰하게 챙겨주며 살고 있으니 사랑꾼 남편이다. 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다. 건강한 몸과 행복한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다. 큰딸이 맛있다고 추천한 치킨은 많이 튀겨서인 지 좀 질기고 하트로 된 너겟은 부드럽고 맛이 좋았다. 신라 호텔 스위트 룸에서 결혼기념일에 와인에 치킨을 먹는 것이 정말 행복했다. 밖으로 야경이 펼쳐지고 침대도 편안했다. 요즘은 호캉스를 한다고 하지 않는가? 뜻깊은 결혼기념일이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잘살자고 두 손을 꼭 잡았다. 아침이 되어 호텔 조식을 먹으러 갔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럭셔리한 조식이었다. 역시 일류는 다르다.

호텔 조식

음식도 다양하고 맛도 아주 좋았다. 오랜 시간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먹고 싶었다. 그러나 세 번 먹으니 포만감이 느껴져 로비에 앉아서 마시려고 커피를 take out 해서 나왔다. 그리고 호텔 밖으로 나가서 산책을 하며 호텔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룸으로 돌아와 짐을 챙겨 10시에 check out 하고, 큰딸이 꼭 찍으라고 알려준 호텔 로비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호텔요금에 포함된 생크림 케익을 찾아서 호텔을 나왔다.

신라호텔 로비

11시쯤 인사동으로 갔다.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인사동 공영 주차장에 주차하고 중심 쪽으로 걸어가면서 그림 전시관이 있어서 구경했다. 붓글씨를 전시한 곳도 있었고, 머리를 꽃으로 장식한 그림과 보자기를 소재로 한 그림도 있었다. 심온 작가는 여성의 억압된 사회적 인식을 머리에 담아 아름다움을 표현한 그림이 색달랐다. 심온 작가는 나이가 젊은데 흰머리이다. 잠시 대화를 나누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박용일 작가의 보자기 그림이 눈에 띄었다. 보자기는 추억을 상징하는 물건이며 행복을 떠올리는 사물로도 손꼽힌다. 작가는 너무 많은 사연, 그럴 수 없어 보따리로 묶은 거라고 했다. 전시관 인사동 거리는 가끔  와보고 싶은 곳이다.

인사동 그림 전시관

 중간쯤 오니 길게 쌈지길에 상가들이 형성되어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었다. 구경하면서 사진을 찍고 이층 상가 건물에 가서 커플 실반지를 사서 끼었다. 40주년 결혼 기념으로 18K 커플 묵주반지도 했지만 인사동 이곳에서도 사고 싶었다. 아래로 내려오니 caricature를 사진처럼 액자에 그려 주었는데 해보자고 했다. 젊은 화가의 모자를 바라보고 있으니 연신 쓱쓱 그렸다. 어느 정도 사진이 완성될 즈음 '결혼 40주년'을 써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림이 닮긴 한 건가?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 귀엽게 보인다. 뭐 어쩌겠는가? 이미 그렸으니 액자에 넣어 달라고 했다. 추천받은 고등어구이 맛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안녕 인사동' 건물에 많은 식당들이 있었고 고등어구이 정식을 시켰다. 이 식당은 로봇이 음식 서빙을 한다. 자주 본 풍경이 아니어서 눈길이 자꾸 갔다.

인사동 거리와 로봇식당

 로봇으로 인해 식당 일손이 줄겠다 싶었다. 고등어가 양도 푸짐하고 맛도 좋았다. 우리는 한강 다리를 건너 롯데월드타워로 향했다. 한강이 있어 축복받은 도시라는 게 실감 났다. 롯데월드타워에 주차하려니 꽤나 넓게 분포돼 있었다. 마트 쪽에 주차하고 타워 쪽으로 한참을 걸어갔다. 예매한 표를 보여주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큐알코드를 찍고 줄을 선 사람들이 차례로 큰 엘리베이터에 탔다. 롯데월드타워에 대한 홍보 영상을 보며 117층까지 472M를 채 1분도 안돼 올라왔다. 막이 걷히면서 바깥이 보였다. 다들 감탄의 소리를 질렀다. 밖으로 나와 멀리 바라보이는 경치를 보며 100층 이상에서 내려 보는 시야는 꽤나 넓게 보인다. 117F는 오토캡처존이고 118F는 스카이데크라로 아래를 쳐다보면 아찔하다. 123층은 식당으로 야경을 보며 식사하면 분위기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예술의 전당에서 '호두까기 인형' 발레 공연을 예약했기 때문에 시간이 여유롭지 못해 아쉽다. 122층에서 달콤하고 부드러운 아이스콘을 먹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롯데 월드 타워 123층

롯데월드타워 관람을 마치고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5시쯤 도착하여 예술의 전당 구내식당에서 8,000원짜리 덮밥으로 이른 저녁식사를 하였다. 6시쯤 본관 오페라 극장으로 갔다. 7시 30분부터 120분 공연이 시작이니 여유가 있었다.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고 1층에서는 악기 연주가 시작되었다. 7시가 되니 공연장 문이 열리고 입장이 시작되었다. 자리가 거의 채워졌을 때 직원에게 물어보니 2,200석 전석이 매진되었다고 한다. 호두까기 인형은 (The Nutcacker)은 독일의 오래된 전설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라고 한다. 힘과 옹기를 상징하는 이 인형은 액운과 위험으로부터 행복한 가정을 지켜주는 파수꾼인 "호두까기 인형"이 행운과 착한 마음씨를 선물하는 전달자로 여긴다. 견과류인 땅콩이나 호두를 넣은 다음 레버를 눌러 까서 먹는 도구였다. 1891년 차이스코프스키가 전설과 동화를 바탕으로 작곡한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 1892년 초연되면서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12월 25일까지 다양한 시간에 공연을 할 예정이니 꼭 보길 권한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휴대폰을 꺼달라는 멘트가 이어졌다. 불이 꺼지고 시작되자 숨 죽이고 공연을 지켜보았다. 발레의 사뿐한 몸가짐과 화려한 의상들이 돋보였다. 역시 주인공들의 의상은 매혹적이었고 사뿐사뿐 날아다니는 듯했다. 50분간 호두까기 인형 공연 후 20분을 쉬고 각 나라의 춤을 선물했다. 이것 또한 무척 볼만했다. 남편은 집중해서 공연을 감상했다. 공연 후에 번갈아 가며 인사할 때 박수를 힘껏 쳐 주었다. 마지막 박수를 끝내고 밖으로 나오니 어둡다. 주차 요금이 28,000원이 나와 문의를 했더니 차를 끌고 나오다가 하라고 한다. 계산을 하니 6,000원이다. 무려 4시간을 그곳에서 보냈다. 우리는 경부 고속도로를 진입했다. 망향 휴게소에 들러 가락국수를 먹고 12시에 집에 도착했다. 이로써 1박 2일의 서울 나들이가 끝났다. 피곤하지만 집에 무사히 도착해서 안심이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고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한 남편에게 감사와 사랑의 박수를 보낸다.


40년이라는 숫자는 성경에도 나오고 중요하고 의미가 깊다. 40년은 시련과 완전한 시간의 순환을 상징한다고 한다. 출애굽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40년을 살았다.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넘어 새로운 축복을 맞이하기 위한 인내의 세월이었다. 혼인하고 40년을 함께 산다는 건 축복의 시간이며 인내와 고통의 시간이기도 하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소중한 가정을 가꾸어 가는 시간이다. 알콩달콩 행복했던 시간이었고 경이롭고 아름다웠던 순간순간들도 많았다. 앞으로 혼인생활 50년, 60년을 채워가며 더욱 사랑하고 아껴주며 살아가야겠다.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좋은 추억들도 많이 담아야겠다. 한 사람의 생애 40년도 불혹이라고 하지 않던가? 둘이 의지하고 소중한 가정을 잘 지켜 간다면 안정되고 행복할 것이다. 생을 마감할 즈음 그동안 우리 함께 했던 순간들이 행복했고 정말 좋았다고 기억되었으면 한다. 혼인 40주년을 특별하게 만들어준  내 사랑과 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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