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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Mar 19. 2024

일상 - "괜찮아요?"

물어봐 주는 관심과 사랑

 '아 사람이 살다가 이럴 수도 있구나' 허리 통증으로 몸의 중심을 못 잡고 맥없이 주저앉았던 시간이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 이러다가 잘 걷지도 못하고 성당도 못 가고 하고 싶은 것도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과 공포감을 갖기도 했다. 이래서 허리의 중심을 잡는 일이 참 중요하다는 것도 뼈저리게 느낀다. 아직도 이틀에 한번 침을 맞으러 간다. 주사 한 대 맞는 것도 싫어하던 내가 여러 대의 침을 꽂고 부황을 뜨고 뜸을 뜨는 것을 받아들이며 회복을 바라고 있다. 지금은 많이 좋아지긴 해서 성당도 가고 레지오 활동과 수영도 재개했다. 하지만 허리를 굽히는 것도 가슴을 펴고 걷는 등 제약을 받는 게 많다. 구부정하게 조심조심 발을 내딛고 무리하지 않게 템포를 늦추어 걷는다. 활동에 있어 제약이 다 보니 느끼는 것도 많아졌다. 몸의 어디라도 불편하면 소중하게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박노해의 시 '괜찮아 괜찮아'에서 작은 위로를 받아 본다.

아파트 정원의 목련

괜찮아 괜찮아 / 박노해


괜찮아 괜찮아

잘못가도 괜찮아

잘못 디딘 발걸음에서

길을 찾아지니까


괜찮아 괜찮아

떨어져도 괜찮아

굴러 떨어진 씨앗에서

꽃은 피어나니까


괜찮아 괜찮아

실패해도 괜찮아

쓰러지고 깨어져야

진짜 내가 살아나니까


평소에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불편함으로 다가오자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건강함에 감사하고 일상의 편안함에 감사해야 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어쩌면 이런 일을 통해서 모든 것에 더 감사함을 느끼고 살라는 주님의 뜻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허리가 아프다고 하니 많은 분들이 '괜찮으냐고' 물어본다. '치료는 잘 받고 좀 나아졌으냐?'라고 걱정스럽게 얘기한다. 관심을 갖고 물어봐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아파보니 알겠다. "좀 괜찮아요?" 하고 물어봐 주는 한마디 안에 얼마나 많은 관심과 사랑이 들어 있는지 알겠다. 그 한마디로 관계가 더 따뜻해지고 마음이 훈훈해진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많이 약해져 있고 힘들 때 건네는 위로와 격려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별게 아니지만 많은 힘이 된다는 것을~ 더 나아가 상대방을 도닥여 주는 감동스러운 나태주 시 '괜찮아'를 소개해 본다.

공원의 산수유

괜찮아 / 나태주


괜찮아 서툴러도 괜찮아

서툰 것이 인생이란다

조금씩 틀려도 괜찮아

조금씩 틀리는 것이 인생이란다

어찌 우리가 모든 걸

미리 알고 세상에 왔겠니

아무런 준비도 없이

하루하루 사는 우리

경기하듯 연습을 하고

연습하듯 경기하란 말이 있단다

우리 그렇게 담담하게

하루하루 순간순간을 살자

틀려도 괜찮아

조금씩 서툴려도 괜찮아


몸의 어딘가 아플 때는 마음까지 여리고 단단하지 못할 때이다. 작은 상처에도 민감하며 엄청나게 서운함을 느끼게 된다. 반면에 작은 위로와 격려가 힘이 됨을 알았다. 시간이 지나고 허리가 건강해서 다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잊어버릴지 몰라도 지금의 이런 생각들을 잘 유지하고 생활했으면 한다. 불편하고 아픈 이에게 건넬 있는 따뜻한 관심과 사랑 한마디는 "괜찮아요?" 물어봐 주는 것이다. 그리고 "괜찮아"라고 지금의 상황을 인정해 주는 것도 좋다. 그러면 마음이 약할 때 많은 위로와 격려를 받게 될 것이다. 허리 통증으로 인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한 템포 쉬어가지만 그 안에서 느끼게 되는 것들이 많으니 다행이고 감사하다. 주변을 많이 돌아보고 위로와 격려를 주라는 메시지인 듯하다. 자신이 겪어 봐야 더 공감하고 격려를 건넬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며 주변에 따뜻한 관심과 사랑으로 좋은 관계를 맺어갈 것이다.

살구나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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