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이 자라던 날

시 - 신미영

by 신미영 sopia

산을 깎아 만든 밭

그 밭을 앙상 끝 밭이라 불렀다

인자했던 할머니 산소가 붙어 있는

우리나라 지도처럼 생긴 밭

무덤 앞 산딸기 얌전히 익어가는 날에는

내 영혼이 한 뼘은 자라났다


어린 나이에 호기심이 키보다 컸던지

밭 위쪽으로 올라가 곤 하였는데

그곳에는 기다림으로

목이 길어진 산나리가 웃고 있었다


무성한 여름 숲은

신비한 열기로 가득 찬 비밀의 숲

이따금 산새들이 푸드덕 날아올라

어린 심장을 오그라들게 했으니


많이 보았다고

오래 보았다고

사뭇 기억되는 것은 아니다

그날 보았던 그 산나리 꽃은

지금도 기억에 또렷이 남아

설레는 마음을 선홍빛으로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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