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한트케,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여관방에서 그는 먼동이 트기 직전에 잠이 깼다. 갑자기 주변의 모든 것을 견디기가 어려웠다. (…) 그는 안정된 평상심을 가지고 모든 것을 바라보았다. 세워 둔 자동차 위에 덮개가 여유롭게 덮여 있었다. 방안 벽에는 수도관 두 개가 있었다. 이 두 개의 관은, 위로는 천장까지, 밑으로는 바닥까지 평행으로 뻗어 있었다. 그가 본 모든 것은 최악의 방식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구역질은 멈추지 않고 그를 괴롭혔다. 그는 이제야 비로소, 마치 강제로 하는 것처럼, 모든 대상에 대한 단어를 생각하게 되었다. 대상을 보면 단어가 떠오른다. 의자, 옷걸이, 열쇠.
페널티킥이 선언되었다. 관중들은 골문 뒤로 달려갔다.
"골키퍼는 저쪽 선수가 어느 쪽으로 찰 것인지 숙고하지요." 하고 블로흐가 말했다. "그가 키커를 잘 안다면 어느 방향을 택할 것인지 짐작할 수 있죠. 그러나 페널티킥을 차는 선수도 골키퍼의 생각을 계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골키퍼는, 오늘은 다른 방향으로 공이 오리라고 다시 생각합니다. 그러나 키커도 골키퍼와 똑같이 생각을 해서 원래 방향대로 차야겠다고 마음을 바꿔 먹겠죠? 이어 계속해서, 또 계속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