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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영 Jan 21. 2024

문학소녀는 폰을 팔지 않는다

대전대학교 동계워크숍에 다녀왔어요



“문학소녀로 중고시절을 보낸, 뭐랄까. 작가님은 그런 느낌은 아니죠.”     



누군가 같은 업에 있는 나와 아주 친한 사람이 했던 말이다. 그래서 제가 어떤 느낌인데요.라고 물으니 작가님은 뭐랄까. 조금은 결이 다른 것 같기도 하고요. 그나저나 여기 너무 좋네요.      

그렇게 나와 그는 초록 숲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대전대학교 강연을 하러 가는 길, 갑자기 그의 말이 생각났다. 그래, 문학소녀가 자라서 휴대폰을 팔지도, 아파트도 팔지도 않겠지. 경찰은 또 웬 말이야.

내가 살아왔던 삶에 대해 강연 준비를 하며 계속해서 연습하고 피피티를 봤더니 문득 강의하는 날 저런 생각이 든 것이다.           




대전대학교에서도 아주 높은 곳에 내가 강연할 장소가 있었다. 정말인지 높았다. 한참을 올라갔다. 비가 오고 화장은 번지고, 길은 모르겠고. 몇 번이나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고 헉헉 거리며 강의할 곳에 도착했다.      

나는 외투를 벗어놓고 곧바로 강의를 할 태세를 갖췄다. 아이들은 처음 시작할 때 나를 제대로 쳐다보지 않았고,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보낸 시간은 3분 정도였을까. 이내 내 이야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정말이다.) 특히 내 영어점수가 15점이었던 것, 경찰 공무원 시험 공부 하는 3년 내내 과락 (40점)을 넘지 못한 것을 얘기했을 때 아이들은 나를 모두 쳐다보고 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그리고 곧이어 말했다.     

여러분, 여러분 여기 다들 20 대 분이시죠. 여러분들 29살은 어떨 것 같으세요. 지금보다 좀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하시죠? 완전히 착각이에요.    

  

삶은 그렇게 순서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더라며 가장 최악이었던 분양상담사로 일할 때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이들은 그때부터는 정말 당시 가진 게 하나도 없던 내게 당시의 김필영 과장에게 호의를 가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글쓰기를 만나고 내가 어떻게 변화할 수 있었는지를 말해주었다. 지금 이 강의를 듣는 친구들이 얼마나 고유한 지에 대해 예시와 또 다른 에피소드로 전달했다.      




아마도, 동계워크숍이니 나 말고 다른 훌륭한 강사들이 좀 더 흥미위주의 수업이나 혹은 지식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겠지. 그런 것은 그들에게 맡기고 나는 마치 20대의 나에게 말하듯이 아이들에게 말해주었다. 끝나고는 작가님이 실패에 당시 이름표를 붙이지 않을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인지, 동화를 쓰고 싶은데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데 장르 제한이 있는지 등 다양한 질문을 해주었다. 그 질문에 대해 일일이 답을 하다 보니 마지막쯤 처음에 봤을 때 휴대폰을 보고 있던 친구가 내게 질문했다.     

 


“작가님은 몇 시에 일어나세요.”     
나는 그 질문을 한 친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냥 그 질문이 좋았다.     





평소에 강연이나 강의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막상 무대에 올라갔을 때는 전혀 다른 연주를 한다. 강의가 연주는 아니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은 그러한데 마치 준비된 노래 말고 다른 노래를 연주하는 기분이 든다. 그럴 거면 강의 준비를 안 해도 되지 않겠냐고 하지만 내가 A라는 곡을 연습해야 무대에서는 B라는 곡을 할 수 있다. 강연이란 그런 것처럼 느껴진다. 이번 강연 역시 나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강연이지만 실제로 준비할 때에는 12장의 스크립트, 실제 시연을 몇 번이나 하고 녹화하는 걸 반복했다. 그럼에도 강연은 전혀 다르게 한다. 내용이 바뀌는 게 아니라 함께 소통하기에 다른 소리를 내게 된다고 할까. 마치 화음 같은 것. 강연에 뭘 그렇게 많은 걸 부여한다고 누군가가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대전대 친구들과 나와 함께 만든 화음이 꽤 괜찮았다고 느껴졌기에.



      

누군가가 내게, 진짜 대작가는 강연할 때 ‘강사처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분의 말하는 뉘앙스는 대작가는 조금 여유롭게, 강사는 열정적으로를 뜻하는 것 같은데 그분의 말에 의하면 나는 일단은 소 작가이고, 강사처럼 강연을 한다. 아주 신나서 날뛰는 사람처럼 강연한다. 내게는 그날의 호흡이 중요하고, 내가 호흡을 맞추는 방법은 휴대폰 가게, 분양사무실에서 사람들을 대할 때 배웠다. 그러니까 애초에 강사처럼 아닌 휴대폰 판매자처럼, 분양사무사처럼이라고 해야 하는 게 옳다. 그렇게 강연을 하는 사람이 어딨어,라고 묻는다면 그냥 뭐 할 말은 없지만. 어쨌거나 나는 문학에 대해 다른 작가보다 많이 알지 못하겠지만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과거 많은 실패를 통해 배웠다. 그런 것이다. 우리 친구들 역시 지금 하는 계획이 틀어지더라도 그 계획은 훗날 계획에도 없던 계획에게 힘이 된다.


내가 강연자가 되었다. 이것 역시 계획에도 없던 계획이다. 그런 강연을 글쓰기만큼 사랑하게 된 것도 역시나 내게는 그런 일이다.



#대전대학교 #자존감강연 #동계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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