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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필영 Oct 29. 2024

내 글쓰기 수업에서 빠진 한 가지

마음을 붙잡고 붙잡아야 글을 쓰고,



탄탄글쓰기 수업은 벌써 4기. 나는 비슷한 류의 강의를 많이 진행했으므로 이 강의를 거의 100번쯤 진행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처음보다 더 강의력이 좋아졌을 것이고 PPT구성도 나아졌을 것이다. 지금 수업은 2주째. 특히 내가 자신 있는 부분은 개별 피드백이므로 정말 신이 나서 개별 피드백을 한다. 마치 점사를 보는 역술인처럼 한 명 한 명에게 부족한 게 뭔지 루션을 내려준다.      

끝나고 나면 심장이 두근두근하면서 오늘도 강의를 잘 끝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늘 그랬다. 그런데 최근 강의에서 내가 뭔가가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게 뭘까. 분명 뭔가가 빠졌는데. 내가 뭔가를 전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강의를 듣는 사람에게 약간 모자란 강의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게 뭘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주말, 모처럼 신문에 연재할 원고가 잘 써지질 않았다. 심지어 에피소드와 결론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있을 무렵에도 써지지 않았다. 문장은 자꾸만 따로 놀았고 유기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띄엄띄엄 쓰는 글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도 사실은 평소에는 어떤 부분이 유기성이 없는지 체크가 되었고 그게 눈에 보였다. 그럼 중간에 문장을 끼워 넣는 방식으로 글을 완성하고는 했다. 그런데 그것조차 되지 않았다. 집중도 되지 않았고 그냥 암흙 속을 걷는 기분.      

그럼에도 나는 제출해야 하는 글은 마감 전에는 죽이 되든 떡이 되든 완성이 된다는 그런 다소 안일하면서도 평온한 마음이 있었다. 마감 직전에는 사람이 집중을 하게 되고, 또 마감이라는 게 약속이기도 하고 이러나저러나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하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그것도 아니었다.


 주말에 처음으로


이 발등의 불이 내 몸을 다 불태울 수도 있겠구나. 자칫 잘못하면 못쓸 수도 있겠구나 하는 걸 느꼈다. 산책을 하면 영감이 잘 떠오르는 편이지만 남편이 근무에 가버려 나는 아이들을 돌봐야 했다. 같이 놀아주지는 않더라도 아이들만 집에 놔두고 편안히 집을 비울 처지는 아니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집을 어지르고 나는 그걸 치울만한 정신적인 여유도 없이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사이 시간은 자꾸자꾸 흘러갔다.      





결국 글은 완성이 되었다. 새벽 3시쯤이었을까. 완성도는 모르겠고 그럼에도 해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젯밤 그 나약함.      

이 글은 안 써질 지도 몰라. 나는 글을 못 쓸지도 모른다.      

나 역시 이런 불안감을 안고 사는데, 내가 그런 인간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수업시간에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마치 내가 금은보화가 나오는 방망이를 들고 있는 도깨비처럼, 글아 나와라 뚝딱, 하면 글이 나오는 사람처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매번 글을 쓰는 게 쉽지 않은 사람이다. 그래서 지나치게 오래 걷고, 지나치게 오래 생각한다. 모두가 그렇게 해야만 글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은 나도 안다. 그러나 나는 그렇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 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있으면 쓰레기를 버리지 맙시다 같은 글이나, 오늘은 어디서 강의를 했습니다 하는 홍보글이나 그런 글은 쓸 수 있지만 내가 쓰고 싶은 에세이는 쓰기 어렵다.      

마음을 붙잡고 붙잡아야 글을 쓰고, 그 글을 완성한다. 아주 애처롭고 혼자서 나약해지고 혼자서 붙잡고 혼자서 글을 쓰는.      

어쩌면 글 같은 건 쓰지 않아도 되니까 더더욱 글을 쓸 때면 더 나약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거. 내가 왜 해서. 이런 마음이 작용했을지도.     

어쨌거나 나는 그렇게 나약한 인간이고, 챗 지피티처럼 글을 술술 뽑아내지 못한다. 우리 집에 있는 프린터기는 반쯤 고장이 나서 인쇄를 누르고 한 장씩 밀어줘야지만 인쇄가 된다. 그럼에도 한 번에 100장도, 200장도 인쇄를 하기는 한다. 팔이 좀 아플 뿐. 시간이 많이 걸리고.     

나는 그 프린터기처럼,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마이크 앞에서 혹시 너무 당당하게, 자신감 있게 강의를 진행한 건지도 모르겠다.      


어렵고, 어렵다. 사실은 잘 모른다. 글을 잘 쓰는 방법 같은 것은 그러니까 그 마라톤 대회에는 울산에서 열립니다 혹은 선물로 티셔츠를 주고요, 지난번 일등은 몇 분에 들어왔대요 같은 것이다.


마라톤을 하는 사람은 뛰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나약한 사람에게는 힘든 일이다. 그런데 나약한 내가 계속해서 붙잡으면서 글을 쓰면서 깨달은 것은 아무튼 이 글쓰기가 나약함에도 조금은 도움이 된다는.

나약한데, 조금 덜 나약한 사람이 되게 하는 것이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3회 차 수업부터는 조금 더 오픈해보려고 한다. 나의 이런 두려움과 공포를 포함한 글쓰기에 대한 나약함을. 그것이 학우님들께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지금 이렇게 오랜만에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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