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ulturing me Dec 18. 2021

낯선 도시에서 만난 낯선 감정

내가 나에게 주는 안정감

영혼도 육체도 내 것인데, 그 둘은 함께 작동할 때보다 따로 떨어져 있을 때가 더 많은 듯하다.

알면서도 익숙해져 있는 습관에 밀려 서로를 외면하기도 하고, 혹은 모른 채 살아온 시간이 길어져 잘 모르는 경우도 다반사다. 나이가 들고 세상적이 되어간다는 것은 육체가 점점 영혼으로부터 분리되어 영혼의 영향권을 벗어난 육체가 사회를 지배하는 관습이나 통념에 따라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이 깊어질수록 영혼은 피폐해지고 외로워진다.


외국 작은 도시들을 여행했다. 즉흥적이고, 계획되지 않은 낯선 도시로의 여행이었다. 도시와 주변 교외를 어슬렁거리고 하이킹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테라스 카페에 앉아 현지인들을 관찰하는 재미에 더 빠져버렸다. 심지어 각자의 모습으로 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개개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충동까지 일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영혼과 육체가 일치된 순간을 더 많이 경험하며 살고 있을까? 영혼과 육체를 일치시킨다는 것은 당연함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려는 노력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새로운 감정을 느끼는 여행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난다. 어쩌면 자신에 대한 낯설음까지 경험한다. 그 낯설음은 내가 찍은 사진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사진들은, 여행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았다. 사진 속 풍경과 사물은 정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있지만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여행지의 객관적 특징을 담고 있지는 않았다. 남들이 봤을 땐 “어디 다녀온 거야?”라고 물어볼 만큼 주관적인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이번 여행은 뭘 먹었는지, 어디를 갔었는지, 무엇을 했는지의 기록은 중요하지 않았다. 내 육체는 아주 성실하게도 매 순간 나의 영혼과 함께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정말 많은걸 함께 느끼고 삼켰다.


가끔 삶이 두려워지고 숨이 차오른다면 성공 혹은 완벽을 위해서 영혼과 육체가 분리된 삶을 살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영혼이 육체와 일체화되어 있다면 예측하고 감당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하게 된다. 그래서 힘든 상황이 와도 이를 피하지 않고 끝까지 극복해 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인정받으려는 대상이 없다면 인간은 굳이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다.  누군가 나의 영혼을 통제하려 한다해도 우리들에게는 자기의 세계를 내어주지 않을 자유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자기 몫으로 주어진 자유조차 활용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완벽해 보임직한 보여주는 인생이 아니라 영혼이 숨쉬는 평범한 인생을 살아갈 때 비로소 마음의 안정감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진짜 인생임을 자주 깨달아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행복에 집착할수록 멀어지는 행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