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함이 우리를 더 괴롭힌다.
시끌벅적하던 선거가 끝이 났다. 언제나 그렇듯 후보들에 대한 흑색선전에 내 핸드폰은 정보의 쓰레기통이 되었었다. 이쪽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보내오는 카톡 문자, 저쪽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보내오는 유튜브 영상. 처음 몇 번은 보다가 나중엔 쓰레기통으로 직행이다. 선거라는 이벤트에서는 자신의 호불호와 판단을 타인에게 '강매'하는 행위가 용납되는 것인지? 극히 개인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해야 할 영역임에도 상대의 자유의사에 간섭하려는 노력들이 난무한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회 변화는 '다름을 인정하는 것'으로 시작된다고 하면서도 선거라는 큰 정치적 이벤트에서 '다양성의 인정'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바로 우리 모두가 앓고 있는 집단 트라우마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여러 번의 트라우마를 겪은 민족이기에 중대한 정치-사회적 상황을 그대로 단순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그저 '지키고 방어'하는 것에 매몰되어 버린다.
객관적인 판단을 위해서는 정보 자체의 옳고 그름을 말하기 전에 그 정보가 어떤 가정에 의해 만들어졌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이런 논리적 검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정보를 전달하는 '전달자'에 대한 신뢰성에 따라 정보 자체에 대한 신뢰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성숙한 시민은 정보가 어떤 근거와 가정에 의해 형성되었나를 궁금해해야 한다. 이것은 비단 정치적인 이슈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그랬었으니까 이럴 거야'-- 이 것은 가정이지 사실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 가정과 근거를 검증하지 않고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데이터나 정보를 의심 없이 믿는다면 많은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앵무새처럼 남의 생각을 전달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의 진짜 생각이 궁금해져야 한다.
집단 무의식의 지배를 받고 있는 우리는 정치, 경제, 사회 문제에 아주 민감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어지는 어떤 사건이나 현상의 근본적 의미나 원인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 생존과 경제논리를 우선시하는 이들에겐 '내게 어떤 피해가 오는가?'에 몰입될 것이고, 이념과 원칙이 중요한 이들은 '이상적 상황의 구현'이 우선일 것이다. 이 둘 간의 논쟁은 양극화된 집단 트라우마의 싸움으로 번진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객관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힘은 근거를 살피려는 노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