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엄마 말을 잘 들었을 뿐

엄마 말에 묻히면, 자기의 욕구는 숨어버린다

by culturing me


눈썰미와 손재주가 뛰어난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진만 보고도 모조품을 참 잘 만든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모조품을 만들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물건의 질은 못 따라온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바느질, 요리, 미용, 도자기, 카지노 딜러 등 세계 최고의 손재주를 자랑하는 민족이다. 그런데 왜 그 고귀한 재능으로 모조품을 만들고 있을까?


각 패션 브랜드마다 시즌별로 신제품을 출시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해외 패션 브랜드의 신제품이 출시되기가 무섭게 모조품도 시장에 쫙 깔린다. 가방, 옷, 신발, 장신구에 이어 조명과 가구까지도 말이다. 개성 있는 자기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자부심보다 남의 디자인을 카피해서 모조품을 만드는 편리함에 익숙하고 판매로 이어지는 게 상책이라 생각한다. 심지어 국내 탑 패션 브랜드의 모 수석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하지 않는다. 신입 디자이너들이 몇 날 며칠 밤을 새우며 디자인을 내놓으면 “누가 너희들 보고 디자인하라고 했니?, 프랑스 패션쇼에 선보인 옷들 카피해야 옷이 팔리지. 너희가 디자인한 옷을 누가 사겠어?” 이런 어이없는 발언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했다는 일화도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사람에겐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하지만 자신의 재능과 개성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존중한다면 최소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개성을 찾아가지 않고 아버지나 어머니를 모방하며 자기도 모르게 부모의 복제품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자녀가 부모를 모방하며 무의식적으로 부모의 욕구를 가져오는 것이다. 이런 자녀들을 마마걸, 마마보이, 파파 걸, 파파보이라고 한다. 행동, 말투, 사고방식이 다 모방된다. 아이의 고유성을 모르는 부모는 " 네 생각은 어떻니?"라고 묻기보다 " 넌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다 잘 돼”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듣고 자란 자녀는 정말 부모의 말과 계획에 끌려다니며 그게 최고의 삶인 줄 알고 살아간다. 시키는 대로 공부를 하고, 가라는 곳으로 시집, 장가를 간다. 그리고 살라는 동네에서 산다. 그런데 이런 관계는 가족의 동질성 때문에 끈끈하게 잘 지내다가도, 동질성이 대립될 때면 열등감, 거부감, 분노, 답답함 그리고 경쟁과 내적 갈등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를 잘 챙기고, 뭐든지 깊이 관심을 보이는 자상한 부모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자상한 사람은 불안감이 높은 사람이다. 부모를 모방하며 살다 보니 본인의 재능이나 개성이 뭔지도 모른다. 자기 스스로 만들어낸 자기 삶이 없으니 만성 불안에 시달린다. 이들은 애인, 배우자 혹은 자녀에게 집착하는 것은 물론, 과잉보호로 본인이 겪고 있는 불안감을 무의식 중에 아이들이 똑같이 경험하길 바란다. 자상으로 둔갑한 행동이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는 이 상황이 얼마나 무서운가? 자신의 불안 정도를 알고 싶다면 주변의 어떤 사람들과 갈등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지 둘러보자. 그러면 타인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호감이 가서 코드가 잘 맞는다고 생각하고 가까이 지냈는데 가까워질수록 불편한가? 때로는 밀쳐내고 싶은가? 그게 바로 본인이 싫어하는 부모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긴장감이 생길 때 그 불편함으로부터 무조건 도망가려 하지 말고 자신이 부모의 측면을 따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찾아보는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시도조차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자신의 개성과 재능을 살리는 일에 집중해 보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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