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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호 Jun 11. 2022

물가가 올랐다 저소득층 노인의 밥상은 가벼워진다

물가가 오르고 있다. 아니, '치솟고' 있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 즉, 2021년 5월과 비교하면 5.4% 올랐다. 5.4% 상승률은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최고 오름폭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물가상승률은 3%를 웃돌았다. 지난 3월과 4월 물가상승률은 4% 벽을 뚫었다.


물가가 오르면 누가 힘들까. 물론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힘들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노인들의 사정은 특히 어렵다. 주머니는 여전히 가벼운데 장바구니 물가는 매섭게 오른다. 물가 상승은 단골 정육점에서 돼지고기를 살 때 카드 내기를 주저하게 만든다. 외식 물가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의 김밥 한 줄 가격은 2908원, 짜장면 한 그릇 가격은 6146원이다. 2021년 4월 가격과 비교하면 김밥은 8%, 짜장면은 12.4% 올랐다.

지난 5월 9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주민 이영철(가명·62)씨의 냉장고 안이 비어있다. 이씨는 "물가가 오르기 시작한 서너달 전부터는 장 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에서 만난 이영철(가명·62)씨는 "물가가 오르자 먹는 양부터 줄였다"고 말했다. 이씨는 기초생활수급자다. 혼자 사는 그가 한달에 받는 생계급여는 54만8349원. 이씨는 "교통비, 통신비, 생필품 사느라 쓴 돈을 도합하면 한달에 14만원 정도 든다"며 "그것 빼고 40만원 정도를 식비에 쓴다"고 설명했다.


물가는 이씨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부터 앗아갔다. 그는 "여섯달전에는 40만원으로 이틀에 한번은 외식할 수 있어서 행복했는데 지금은 외식비 부담 때문에 외식을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집 근처에 소고기 콩나물국밥을 한 그릇에 4000원에 팔던 식당이 있다. 콩나물국밥에 소고기 한두조각이 들어있는 건데 저녁으로 그 국밥 먹는 걸 참 좋아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가격이 5000원으로 올랐다. 가격이 오르고 선뜻 가게 되지를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엔 ‘앞으로 이렇게 빠듯하게 어떻게 살지’ 하는 생각이 들어 고통스럽다"는 감정도 털어놓았다.


물가 상승은 이씨가 좋아하는 소고기 콩나물국밥의 가격만 뛰게 한 것이 아니었다. 이씨는 "근처 식당들이 가격을 다 올리고 있다"고 했다.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외식 물가가 형성된 동대문 식당가도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씨는 "지난해 3500원 하던 콩나물국밥이 두달 전에 4000원이 됐다. 지난해 4000원 하던 칼국수도 두달 전쯤에 5000원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씨가 포기해야 했던  외식뿐만이 아니었다. 이젠 장보기도 그의 일상에서 멀어졌다. 이씨는 " 건너편 창신시장에서 야채를 싸게 팔았다. 서너달 전에 오이를 1000원에 3   있었는데 이제는 2000원에 4개를 묶어 판다" 했다. 그는 "서너달 전에 계란이 30알짜리 한판에 5000원이었다면 지금은 8000원도 우습다" 덧붙였다. 이씨는 "물가가 오르기 시작한 서너달 전부터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토로했다. 실제로 이날 그의 냉장고에서 식재료라곤 김치 1통과 계란 5 정도가 전부였다.

지난 5월 9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주민 이영철(가명·62)씨 하루 식사. 이씨는 아침에 주민센터에서 받은 도시락을 받는 날엔 도시락을 나누어 먹으며 하루 끼니를 해결한다.


이제 이씨의 식탁에 오르는  라면과 도시락이다. 주민센터에서 도시락을 주는 날엔 도시락을 나누어 하루 모든 끼니를 해결한다. 이씨는 오늘 아침에 받아 차게 식은 도시락을 보여주며 오늘 점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오늘은 아침에 배가 고프지 않아 점심에 도시락 1개를 온전히 먹는다 “ 정도면 진수성찬이라고 말하곤 쓴웃음을 지었다. 이씨는 “원래는 도시락을 한번에  먹지 않는다. 아침에 도시락을 받아서 먹고 반찬이 남으면 그것을 점심  라면에 넣어서 같이 끓여 먹는다" 덧붙였다.


그러나 도시락마저도 매일 먹을  있는  아니다. 이씨 말에 따르면 창신동 쪽방촌 주민 한명이 도시락을 받을  있는 수는 1년에 30회로 제한되어 있다. 도시락을 받지 않는 날이면 이씨는 라면  봉지와 쪽방촌상담소에서 받은 김치로 하루를 버틴다. 이씨는 "요즘 들어 아침에 라면을 끓여 먹고 점심은 남은 라면 국물에 밥만 말아 먹기도 한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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